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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교통사고 사각지대, 놀이터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7초만 눈을 떼면 아이들은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말이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항상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는 걸 일깨우고자 함이겠다. 바삐 움직이며 구르고, 뛰고, 넘어지고, 튀어 나간다. 아이들은 원래 그렇다.

최근에 차를 샀다. 직업 특성상 이동이 잦다. 주택가 골목을 누비는 경우도 많다. 속도를 줄이고 운전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주정차 돼 있는 차들 사이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아이들에 깜짝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이들은 원래 그렇다는 걸 다시 느낀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으로 정해졌다. 유치원, 보육시설, 초등학교 등이다. 주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이내의 통학로를 구역으로 정했다. 교통안전시설물 및 도로부속물을 설치하도록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차량 통행을 제한, 금지할 수 있다. 주ㆍ정차도 금지된다.

운행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도록 할 수 있다. 7초만 눈을 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조심하자는 취지다. 아이들은 원래 그러하니까.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야 하는 공간이 있다. 삭막한 도시에서 그나마 기운을 발산할 수 있는 곳이다. 어린이공원이라 불리는 놀이터다. 어린 시절 기억을 되짚어보면 학교가 파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술래잡기, 말뚝박기, 축구, 발야구 등을 하며 뛰어다녔다.

그러다 술래가 쫓아오면, 공이라도 놀이터 밖으로 튕겨 나가면 후다닥 뛰어나갔다. 줄지어 세워져 있는 차들 밑으로 공이 굴러 들어가면 따라 기어들어갔다. 빵빵 클락션을 울리는 운전자 아저씨 때문에 놀란 가슴을 부여잡는 것도 잠시, 다시 땀 뻘뻘 흘리며 뛰어놀기 바빴다. 요즘 아이들도 그리 놀고 싶은 마음은 크게 다르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놀이터 주변은 교통사고로부터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다. 다시 도로교통법으로 돌아와 본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어린이보호구역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은 유치원, 초등학교 등으로 한정됐다.

정작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놀이터나 어린이도서관 주변은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살피면 놀이터 주변으로 줄지어 세워진 오토바이, 출입구를 가로막고 서 있는 용달 차량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속도 제한 표지판은 없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유치원, 어린이집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아이들이 꼭 들르는 놀이터 주변이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러한 위험성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경기도 어린이공원(놀이터) 주변 교통안전 증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5년 경기도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1만 3836건이다.

어린이공원 주변에서 발생한 어린이교통사고는 8192건이다. 전체 어린이 교통사고의 59.1%를 차지한다. 86명이 사망했다. 가해 차종은 승용차가 67%로 가장 많았고, 승합차 10%, 화물차 9%, 이륜차 5%, 자전거 4%의 순이었다.

연구팀은 어린이 교통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한 어린이공원의 방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 응답한 보호자 412명 중 79.1%가 어린이공원 주변이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과속방지턱, 방호울타리, 주정차카메라, 신호ㆍ속도 단속카메라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주거지 주차단속 및 주차정비 강화, 어린이보호구역 시설 표준단가 공시, 어린이공원 조성 및 관리체계화, 어린이공원 주변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쓰레기 방치에 대한 규제강화,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교육홍보 및 안전지도의 정기적 추진 등 5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가장 핵심은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이다. 이에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어린이공원 주변도로 가운데 일정 구간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지난 6월 국회에 발의했지만 3개월이 넘게 계류 중이다.

경기도에서만 5년간 어린이교통사고로 8200여명이 다치고 86명이 숨졌다. 전국으로 따져보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임을 알 수 있다. 국회에 법안이 묶여 있는 지금도, 우리의 아이들은 또 다치고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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