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고령자 최저 생계비 위협
대출자 4명 중 1명이 연소득의 40% 이상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지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이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 25%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2.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DSR는 차주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따져 대출한도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 비율이 40%라는 것은 연소득의 40%를 빚을 갚는 데 쓴다는 의미다. 한은은 DSR 비율이 40%를 넘고 부채/자산평가액(DTA) 비율이 100% 이상인 가구를 한계가구로 본다.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1분위) 가구의 29.2%가 DSR 40%를 넘어, 평균보다 4.2%포인트 높았다. 소득 2분위 가구(27.0%) 역시 평균보다 2.0%포인트 높았다. DSR 40%를 초과하는 1ㆍ2분위 가구 비중은 1년 전보다 각각 1.7%포인트, 1.0%포인트 확대됐다.
한은의 가계금융ㆍ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금융부채와 임대보증금을 보유한 1분위ㆍ2분위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각각 연 839만원, 2017만원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래소득이 적은 고령일수록 상환부담이 크다는 데 있다. 30세 이상 40세 미만 가구의 19.5%, 40세 이상 50세 미만의 31.6%가 DSR 40%를 초과했다. 50세 이상 가구에서는 이 비중이 47.9%까지 뛰어올랐다. 50세 이상 가구의 DSR 40% 초과 비중은 2014년 3월 45.4%에서 2015년 3월 47.5%로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다.
가계 전반은 세계 최고수준이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말 133.9%에서 지난해 말 153.4%, 올해는 2분기 말 155.0%로 올랐다. 자영업자, 민간 비영리단체를 더한 가계 순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13년 160.2%에서 2016년 178.9%로 치솟았다.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29.2%보다 49.7%포인트나 높다. 미국(112.1%), 일본(139.7%) 등 다른 주요국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다.
향후 미국 금리인상,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더 오르면 고위험 차주를 중심으로 부채상환 부담이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5%를 넘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금리는 최대 3%포인트까지 상승하고 가구의 연평균 이자는 308만원에서 476만원으로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1.25%인 한은 기준금리가 내년에는 1.75~2%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24일 발표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저소득층의 빚 탕감과 동시에 가계빚 총량을 줄이기 위해 DSR를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