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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스크바서 남북ㆍ북미 ‘트랙1’ 접촉 불발…北 “핵개발 후 협상”
-계산기 두드리는 北…‘양탄일성’ 노린듯
-美, 대북압박 강화책 고심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의 남북한 또는 북미 당국자 간 회동은 불발됐다.

20~21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국제 핵 비확산회의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을 필두로 한 외교단과 한미일 외교 당국자와 전 관료들이 대거 참석해 1 및 1.5 트랙(반관반민) 접촉이 기대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양탄일성’ 노리는 北…비공개 접촉 전면차단= 최 국장은 회의에 참석한 내내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한 조선의 핵무기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21일 비공개로 열린 ‘한반도 긴장완화’ 세션에서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제재를 통한 압살정책에 맞서기 위해선 핵보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우리와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핵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국장은 회의 참석 내내 회의장과 만찬장 등에서 한미일 당국자 및 전직관료의 대화에 응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는 이상화 북핵외교기획단장(국장급), 제이슨 레브홀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한국과 부과장,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 한미일 외교 당국자들이 참석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그러나 “북미접촉이 성사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당국자의 참석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비확산회의는 통상 핵무기에 대한 전문적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최 국장이 어떤 발언을 하는지, 북핵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논의가 이뤄지는 지 정보수집 목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이 20일(현지시간) 외무성 산하 ‘미국연구소’ 소장 직함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동북아 안보’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국장의 비확산회의 참석은 중국의 양탄일성(兩彈一星)과 파키스탄의 핵개발 모델을 토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려는 김정은 북한 정권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탄일성’은 원자탄, 수소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ㆍ혹은 인공위성) ‘3종 세트’를 동시개발해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냈다. 파키스탄의 경우,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았다. 결국 김정은 북한 정권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정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 소식통은 “회의에 앞서 러시아 당국은 여러 채널을 통해 남북간 접촉을 중재하고자 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아직 대화에 응할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아직 북한이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비확산회의를 주관한 러시아 싱크탱크 ‘에너지ㆍ안보연구센터’는 북한과 참석국 대표들의 별도 회동을 주선하려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북한 당국자들의 경호에만 신경썼다.

▶북핵 용납할 수 없는 美…대북제재ㆍ압박 수위 높이나=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이메일 인터뷰에 “우리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nuclear-armed North Korea)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역내 동맹과 파트너들에 대한 우리의 (방위)공약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분명하게(extremely clear)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쌍중단(북핵ㆍ한미훈련 동시중단)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우리는 군사옵션과 같은 대안을 검토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에 대한 군사압박을 시사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군사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는 21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일반인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B-1B 2대는 같은날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2대와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한국 공군의 F-15 전투기와 동해상공에서 훈련을 했다. 미 해군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 76)도 이날 부산항에 입항했다. 핵추진 항모전단은 웬만한 소규모 국가 공군력과 맞먹는 항공 전력을 공격 목표를 향해 신속하게 투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미국은 한반도에 처음으로 명실상부 세계 최강 전투기인 F-22를 전개하기도 했다.

군사압박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의 경제제재도 북한을 옥죄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유럽연합(EU)는 북한에 대한 독자제재 방침을 발표했고, 바레인과 미얀마 등은 처음으로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보고서를 제출했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북한은 세계 각국 의회에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막아달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협상? 결국 시간싸움= 북한과 미국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무장에 대해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어디까지나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북한은 올 들어 ICBM 시험발사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정상각도 발사 등 도발수위를 높였지만, 한미일 군 당국이 대대적인 대량응징보복에 나설 만한 수위의 도발은 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IRBM이 일본 상공을 통과했을 때도, 미사일은 일본의 ‘영공’에 해당하는 대기권을 통과하지는 않았다.

결국은 시간 싸움이다. 미국의 한 협상전문가는 “결국에는 북한과 미국이 협상테이블에 앉게 될 것”이라며 “관건은 테이블이 어느 쪽에 더 유리하게 세팅이 되어있느냐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나가느냐에 따라 북한이 핵개발로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게 되거나 미국이 대북압박으로 협상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게 되거나 둘 중 하나로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막으려면 경제ㆍ해상봉쇄 수준의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경제봉쇄 수준의 과감한 제재가 이뤄져야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예산을 끊을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북한의 해킹기술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보안 및 사이버안보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컨설팅업체 부즈앨런앤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은 최근 한국에 투입할 요원을 대거 모집하고 북한정보 수집에 나서는 등 사이버전 기술 구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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