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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로수 세 싸움’ 최종 승자는 ‘이팝나무’
-은행나무ㆍ벚나무류 밀어내고 대세 가로수로 등극
-10여년 동안 시내 가로수 분포 수량 5위로 올라
-우리나라 정서 잘 맞고 병충해 잘 견뎌 안성맞춤
-市 “앞으로 새로 심는 가로수 중 50%는 이팝나무로”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이팝나무<사진>가 은행나무,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를 몰아내고 ‘신흥강자’ 벚나무도 밀어낸 채 대세 가로수로 뜨고 있다.

21일 서울시의 ‘가로수 수종변화 추이’를 보면 작년 기준으로 모두 30만6140주 가로수가 시내 곳곳에 자리한다. 가로수는 2005년 27만9461그루, 2010년 28만3609그루 등 매년 증가세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이팝나무의 수량 변화다.

이팝나무는 작년 기준 모두 1만5140주가 있다. 2005년만 해도 따로 집계되지 않을 만큼 수가 적어 ‘기타’로 분류되었지만, 지금은 은행나무와 양버즘나무, 느티나무, 벚나무류에 이어 분포수량 5위(4.9%)에 당당히 오른 것이다.

느는 속도도 가파르다.

분홍 꽃잎으로 인기 높은 벚나무류가 2005년 1만4323주에서 작년 3만1711주로 2.2배 느는 동안 이팝나무는 같은 기간 5809주에서 2.6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새로 심는 가로수 중 50% 이상은 이팝나무를 심겠다는 입장이서 이팝나무의 존재감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이팝나무를 ‘밀어주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시민 정서를 반영하고 있어서다.

5~6월에 피는 흰 꽃들이 밥알을 닮았다고 해서 ‘이팝’이란 이름이 된 이 나무는 꽃이 많이 피면 풍년, 적게 피면 가뭄이 든다고 하는 옛말도 붙어 있을만큼 한국인과 오랜시간 함께 했다. 이는 벚나무류에는 없는 속설이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서 찍은 이팝나무 모습. [사진=헤럴드DB]

은행나무처럼 가을철만 되면 악취를 풍기지도 않는다. 양버즘나무보다 비바람도 더 잘 견딘다.

아울러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고, 조성하는 그늘 폭도 넓은 등 여러모로 가로수로 두기 ‘안성맞춤’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쟁자로 볼 수 있는 벚나무류는 꽃은 예쁘지만 병충해에 약하고, 꽃잎이 너무 많이 떨어져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에 따라 요즘에는 식재가 주춤한 감이 있다”고 했다.

한편 대표 가로수로 취급받던 은행나무와 양버즘나무의 존재감은 매년 줄고 있다.

은행나무는 2005년 11만8115그루로 전체 가로수 중 42.2%를 차지했지만 작년 기준으론 11만2303그루를 기록, 전체 가로수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36.6%까지 떨어졌다.

양버즘나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양버즘나무는 2005년만 해도 9만5459그루로 전체 가로수 중 34.1%를 차지하며 은행나무와도 쌍벽을 이뤘지만, 작년 집계 수를 보면 6만7357그루에 불과했다. 전체 가로수 중 22.0% 수준으로 같은 기간 12.1%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970년대부터 서울에 가로수를 본격 심었는데, 그땐 성과를 바로 내길 기대하던 분위기라 값이 싸고 빨리 크는 나무들만 집중 식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젠 그보다도 구역별로 특색있는 가로수를 심어 개성을 살리자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은행나무와 양버즘나무가 다른 나무들로 교체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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