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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관상의 윤리학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회사가 직원을 채용할 때 자격요건으로 인위적으로 학벌, 경력, 외모 등을 배제하고 ‘직무연관성’과 ‘잠재역량’을 기준으로 하는 것을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한다. 지원서에 출신학교를 기재하지 않고 사진도 부착하지 않는다. 공기업부터 시작한 블라인드 채용은 주요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부터 현대자동차는 ‘한트 (H-Int)’라는 상시 채용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블라인드 방식으로 면담을 진행하고, 롯데도 블라인드 방식과 유사한 ‘스펙(SPEC)태클’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원서 접수 시 이름, 연락처, 해당 직무 그리고 기획서나 제안서만 제출받는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반대여론 또한 존재한다. 특히 역차별에 대한 우려가 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불리한 채용방법이라는 것이 역차별 이론의 핵심 논리이다. 잠깐의 면접과 주관적인 기획서 평가보다는 십여 년 간의 노력의 결정체인 출신학교 및 학교성적이 채용의 핵심 기준인 직무연관성과 잠재역량의 측정에 훨씬 효율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신학교나 경력 등을 배제하는 블라인드 채용에는 많은 반론이 있으나, 외모를 배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 특정한 직군을 제외하고는 외모가 직무연관성과 잠재역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 선조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외모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바로 “관상”이다. 외모 특히 얼굴의 생김새를 바탕으로 개인의 운명재수를 판단하고 미래에 닥쳐올 흉사를 예방하려는 방법이 관상이다. 수년 전에 개봉한 송강호 주연의 영화 “관상”을 보면 우리 선조들이 얼굴 생김새에 대한 집착이 작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관상”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토정비결”이나 “주역”과 같이 민간종교 중 하나로 취급되고 있다.

최근에 관상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줄 수 있는 인공지능 기법이 개발되어서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두 연구자 Kosinski와 Wang은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그들의 성적지향을 취합함으로써 얼굴 사진을 통해 성적지향을 추정하는 인공지능모형을 개발하였다.

그들이 개발한 모형을 사진의 남자가 동성애자인지 여부를 맞추는 문제에 적용시킨 결과 81%의 정확도를 얻을 수 있었다. 여자인 경우는 조금 낮은 71%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 결과는 매우 놀라운 것으로, 실제 사람이 눈으로 동일한 사진을 보고 동성애자인지 여부를 판별한 결과 남자의 경우 61%, 여자의 경우 54%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러한 기술의 개발에 대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상업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취향에 맞는 상품들을 광고한다면, 더욱 효과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와 같은 타겟 마케팅 기법은 현재 전 세계의 마케팅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Google과 Facebook같은 기업들의 기법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서 성소수자들은 그들의 취향에 맞으리라고 예상되는 상품들 위주의 광고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Kosinski와 Wang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성소수자들은 많은 염려를 드러내었다. 역사적으로도 성소수자를 골라내려는 많은 시도들은 그들의 말살, 투옥, 성적지향 전환 치료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서 성소수자의 인권이 지속적으로 신장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의 대다수 분야에서는 성소수자임이 밝혀지는 것은 막대한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관상”이 과학적 근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는,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대학입시에 수학능력고사 대신 관상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사회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에게 새로운 윤리적 문제를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에게 지능뿐 아니라 윤리도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지금 우리 코 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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