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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백남기 사망은 경찰 직사살수 때문”…경찰 책임자들 2년만에 기소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불기소 “지휘책임 없어”
-가슴 위 겨냥해 직사…살수차 운용지침 위반
-살수차 수압제어 장치 고장 숨긴 사실도 확인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경찰 관계자들이 사건 발생 2년 만에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지난 2015년 11월부터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경찰의 직사살수로 백씨가 사망했다고 뒤늦게 결론내리고 당시 살수차 운용에 관여한 경찰들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17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해 사건이 발생한 종로구청 앞 사거리를 관할한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제4기동단장(총경), 살수차를 직접 조작한 한모ㆍ최모 경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살수차 운용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ㆍ감독 책임이 없었다며 불기소했다.

지난 2016년 9월 25일 사망한 피해자 백남기 농민의 빈소
다단계 업체 브로커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백씨가 경찰이 직사살수한 물대포에 맞아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했다고 공식 결론내렸다. 그동안 사인을 놓고 벌어진 공방이 검찰 수사결과로 일단락된 셈이다.

특히 한 경장과 최 경장이 가슴 윗부분을 겨냥해 직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살수차 운용지침’을 위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당시 충남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살수요원이었던 두 사람은 서울에서 벌어진 시위 진압에 동원돼 구 전 청장과 신 전 단장의 지휘를 받았다.

당시 현장상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경찰차에 걸린 밧줄을 잡아 당기는 백씨의 머리를 겨냥해 약 2800rpm(분당 회전수)의 고압으로 약 13초 동안 직사살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넘어진 백씨를 향해 다시 17초에 걸쳐 직사살수했다.

검찰은 경찰차벽 등에 가려 현장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CCTV 모니터를 면밀히 확인하지도 않은 채 살수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 경장은 당시 살수차를 좌우로 움직이는 장치(조이스틱)와 수압제어 장치가 고장났는데도 이를 숨긴 채 안전검사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가 추가됐다.

구 전 청장과 신 전 단장은 이들에 대한 지휘ㆍ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물보라로 전방 시야확보가 어려웠지만 구 전 청장은 별다른 예방조치 없이 살수 지시만 내렸다. 구 전 청장은 당시 살수 승인을 비롯해 최루액 혼합 살수 허가, 살수차 이동ㆍ배치 등을 결정한 총 책임자였다.

현장을 지휘했던 신 전 단장 역시 살수요원들이 수압을 적절히 조절하고 시야를 확보하도록 지휘하지 않은 채 백씨 머리로 직사살수한 것을 방치한 혐의다. 신 전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구 전 청장이 머리를 겨냥해 살수하지 말라 주의를 촉구를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민중총궐기 집회 경비와 관련이 없어 현장 지휘관, 살수요원 등을 지휘ㆍ감독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과실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CCTV 화면 [사진제공=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앞서 백씨의 유족과 농민단체 등은 2015년 11월 강 전 경찰청장과 구 전 서울경찰청장, 신 전 단장 등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검찰은 2년 가까이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아 비난 여론에 휩싸인 바 있다.

백씨의 딸인 백도라지씨는 지난해 3월 “강신명 청장이 6월 임기 만료 전까지 한번이라도 조사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강 전 청장에 대한 조사는 작년 12월 14일에서야 소환 조사가 아닌 서면조사로 이뤄졌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백씨의 사인을 ‘병사’로 규정하고 부검을 시도해 유족 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지난 달 서울대병원이 ‘외인사’로 수정하면서 검찰 수사결과에도 영향을 줬다.

검찰 측은 다만 유족 측이 위법성을 주장한 차벽 설치와 살수차 운용, 최루액을 섞은 혼합 살수는 모두 적법하다고 결론내렸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정일 변호사는 “경찰 지침에 따르면 물대포를 맞은 사람이 쓰러졌을 때 즉시 구호해야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당일 백씨가 쓰러진 후 20초 이상 살수행위가 계속됐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경찰이 당시 부상자 발생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거부족으로 결론내렸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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