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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부 국정감사] 고1 잠복결핵 3000여명인데…검진 예산 떠넘기는 부처들
-희망자인 53%만 검사…양성 판정률 2.3%
-전수검사하면 양성 판전자 더 늘어날수도
-기재부 반대로 내년도 검진 예산 반영 못해
-작년에도 교육부-복지부-기재부 ‘떠넘기기’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전국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중 3000여 명이 잠복결핵 검진 결과 양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내년 고1 학생 대상 잠복결핵 검진 사업을 놓고 부처 간 ‘예산 떠넘기기’가 올해도 되풀이돼 아직 예산안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명연(자유한국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7월 처음으로 시행된 전국 고1 학생 대상 잠복결핵 검진 결과 총 304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체 학생의 약 2.3%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기획재정부에 2018년 사업 예산을 신청했다. 그러나 기재부 의견에 가로막혀 내년 정부 예산안에 아직 반영하지 못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돼 있지만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결핵으로 발병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특히 고1 등 청소년기는 새로운 결핵 환자 발생이 많고, 활동이 왕성해 잠복결핵이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헤럴드경제DB]

고1 잠복결핵 검진은 정부의 ‘결핵 안심국가사업’의 일환이다. 최근 학교현장에서 결핵 집단 감염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고1 학생을 대상으로 올 들어 처음 실시됐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는 감염되었지만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증상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결핵을 전염시키지는 않는 말 그대로 잠복하고 있는 결핵이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만16세와 18세 사이 청소년기 학생들에게서 새로운 결핵 환자 발생이 가장 많았다. 활동이 왕성한 청소년기여서 잠복결핵이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특히 크다.

이번 잠복결핵 검진은 전국 고1 학생 중 희망자에 한해 실시됐다. 지난 7월까지 상반기 검진 대상 고1 학생 24만8059명 중 약 53%인 13만1682명이 검진을 마쳤다. 현재 전국 고1 전체 학생 수는 약 52만여 명이다. 만일 전체 고1 학생을 대상으로 검진을 실시했다면 실제 양성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김 의원은 추측했다. 검진 수행 기관인 질병관리본부와 대한결핵협회는 올 하반기에도 희망자에 대한 검진을 계속해 오는 11월 말까지 검진을 마칠 계획이다.

시도별 양성 판정자 비율을 보면 대전(3.2%)과 제주(3.1%)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 지역은 검진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양성률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충남(3.0%) ▷대구(2.8%) ▷전남(2.7%) ▷경북( 2.7%) ▷충북(2.4%) ▷부산(2.3%) ▷서울(2.2%) ▷울산(2.2) ▷경기(2.0%) ▷강원(2.0%) ▷경남(2.0%) ▷전북(1.9%) 등의 순이었다. 광주와 세종은 하반기부터 검진을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고1 잠복결핵 검진 사업의 내년에도 시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올해 교육부는 고1 학생 잠복결핵 검진 예산을 국비가 아닌 각 지방교육청에 교부하는 특별교부금을 통해 50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복지부가 요청, 올해에만 한시적으로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검진 대상이 학생이어서 복지부와 사업을 공동으로 실시한 것은 맞다”면서도 “사업 성격상 검진 수행 주체는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예산 지원은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기재부에 내년 사업 예산을 신청했지만, 아직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검진 사업을 수행 중인 대한결핵협회도 곤혹스러워졌다. 대한결핵협회는 올해 검진을 위해 검진인력(95명) 채용ㆍ검사 재료비 등으로 약 49억원의 협회 자체 예산을 소요했다. 하지만 내년 사업이 불투명해지면 당장 채용된 검진 인력의 운영마저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 지원을 복지부에서 할지, 교육부에서 할지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됐다. 당시에는 기재부와 논의를 거듭한 끝에 결국 교육부에서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김 의원은 “결핵 고위험군인 고1 학생들에 대한 잠복결핵 검사 여부는 결핵 확산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이라며 “관련 예산을 놓고 부처 간 줄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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