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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급 클래식공연에 독배된 ‘김영란법’…기업들 후원하고 싶어도…
-공짜 티켓·초대권 접대관행 사라졌지만
유명 오케스트라 이틀 내한비용 10억원
티켓 장당 20만원에 팔아야 비용충당 가능
-기업들도 유권해석·판례없어 후원 난색
클래식 공연절벽 해소 ‘신의 한 수’ 절실

1년이 지났다. 지난해 9월 28일 발효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공연계 풍경을 바꿔놓았다.

‘공짜티켓ㆍ초대권 관행이 사라지고, 공연가격 거품이 꺼질 것’, ‘기업의 후원이 사라져 더이상 S급 공연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견은 절반정도 맞았다.

공짜 티켓과 초대권 관행은 많이 사라졌지만 해외 S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가격은 여전히 최고가 기준 40만원대를 넘나든다.

또한 갑작스런 ‘공연 절벽’이 닥치지도 않았다. 해외 유명 공연단의 내한은 2~3년전에 계약되기 때문. 공연 가격대가 낮아지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공연 기획사들이 김영란법을 ‘상수’로 놓고 대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대신 작은 오케스트라가, 개인 연주자의 리사이틀이 자주 무대에 오른다.

다만 법해석과 적용에 있어선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이 실제로 줄고 있어서다. 공연계 위축을 넘어 문화예술계 위축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기 위한 ‘신의 한 수’가 필요하다.

김영란법은 클래식 공연장 풍경을 바꿔놓았다. 공짜 티켓ㆍ초대권은 많이 사라졌지만 동시에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방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핀란드 명문 악단 라티 심포니. [제공=서울국제음악제]

클래식 공연계 ‘직격탄’= 김영란법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분야는 클래식 공연계다. 특히 대형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그렇다. 공연업계에 따르면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이틀 내한 공연엔 약 1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단순 계산하면 회당 5억원의 제작비가 필요하다. 2500석을 보유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기준으로, 전석을 20만원에 팔아야 충당이 가능하다.

때문에 그동안 공연기획사들은 기업 협찬과 후원으로 공연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조달했다. 후원의 댓가로 받은 초대권을 기업들이 마케팅과 접대에 활용했으나, 김영란법으로 이같은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초대권 대부분이 김영란법의 선물 상한액(5만원)이 넘는데, 이와 관련한 유권해석이나 판례가 없다보니 기업들은 자칫 ‘뇌물’로 해석될까 싶어 지갑을 닫은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문화예술지원 활동이 위축됐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국메세나협회(회장 박삼구)가 지난 7월 회원사 686개(응답률 60.3%)를 대상으로 시행한 ‘2016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 조사’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지난해 하반기 메세나 활동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23.8%가 문화예술 지원 관련 지출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고 답했다. 올해 지출금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답변도 17.7%에 달했다. 

티켓값을 최고 4만8000원으로 책정해 이목이 집중됐다.  사진은 베를린 필 공연 보습. [제공=헤럴드DB]

‘김영란 티켓’등 일괄 할인…자구책 마련=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에 일부 기획사는 2층 좌석 일부를 일괄 2만5000원으로 책정하고 기업에 블록판매 하거나 2인기준 5만원짜리 ‘김영란 티켓’을 마련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정책은 일시적 대책일 뿐, 근본적 해결은 아니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대신 유명세는 덜하더라도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는 오케스트라를 초청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10월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핀란드 명문 악단 라티 심포니의 경우 티켓값이 최고 4만8000원으로 책정했다. 주최측인 서울국제음악제는 “오래전부터 더 많은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합리적 티켓 가격이 필수적이라 생각해왔다”며 “부족한 제작비는 기업들의 순수 후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에서 예전처럼 해외 유명 공연단체의 내한공연을 미리 ‘지르고’ 협찬이나 후원사를 찾는 프로세스가 어려워졌다. 국내 클래식공연계의 위축은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관객들은 김영란법으로 인한 ‘공연절벽’을 맞닥뜨리진 않았다. 2~3년 앞서 공연스케줄이 잡히기 때문이다. 10월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10월 12일 롯데콘서트홀)이, 11월엔 베를린 필 하모닉(11월 19~20일)과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버우 오케스트라(11월 15~16일)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해가 클래식계 ‘마지막 성찬’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S급’ 오케스트라의 내한 빈도가 올해 같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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