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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변화는 재앙아닌 기회…위기에 대처한 새로운 작물 재배”
또 다른 대책 찾는 ‘농업대국’ 페루

[리마(페루)=고승희 기자] 4000여종이 넘는 감자가 자라고, 사차인치 마카 퀴노아 아보카도 등 각종 슈퍼푸드를 전 세계로 공급하는 페루는 명실상부 ‘농업대국’이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농업부 차관은 “지금 기후변화는 전세계적으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며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뿐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위기는 눈 앞에 그려졌지만, 그가 그리는 미래는 생각보다 어둡지 않다. 그는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페루엔 수많은 다양성이 존재하고, 철저한 준비가 돼있기에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페루 정부와 수출기업,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 페루 본부가 ‘따로 또 같이’ 진행하는 각각의 프로젝트들만 살펴보면 페루는 ‘농업 선진국’에 가깝다.

페루 농업부에선 이미 10년 전부터 꾸준히 기후변화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농작물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책을 세워왔다. 2014년엔 지구의 기후변화를 관측하는 기술을 개발해 위성을 띄웠고, 45억 달러(한화 5조 954억원)의 예산을 들인 프로젝트를 통해 감자, 쌀, 옥수수 등 페루에서 생산하는 모든 농작물의 유전자를 보관해 미래식량으로 보존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기업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뭄으로 ‘물 부족’ 현상이 극심해질 때 물 낭비를 막으면서도 농작물 생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를 기업이 가지고 있다. 수출 기업의 농작물 재배 지역의 땅 안엔 ‘습도를 체크하는 센서’가 부착돼있다. 농업부에 따르면 이 센서는 토양의 습도를 확인해 메마른 지대에만 물을 공급한다. 불과 10% 지역에만 해당하지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투자해 해외 기술을 수입해 만든 기술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수출기업들의 협회인 아덱스(ADEX)에선 물 부족 지역에 물을 배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자체 ‘날씨 예보 센터’인 세나미를 두고 응급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FAO 페루 본부에선 페루 국민의 ‘식량 안보’를 목표로 한다. ‘기후변화의 위험지역’을 시뮬레이션(플랑 그락크ㆍPlan GRACC 프로젝트)하고, 사라질 위기의 농작물의 원활한 재배(아미까프ㆍAMICAF 프로젝트)를 연구한다.

곤잘로 데하다 FAO 연구원은 “페루엔 다양한 지역과 계절이 존재하고 있어 기후변화가 나타나도 특정 지역에서 재배가 되지 않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대응할 수 있는 노력과 다양한 환경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FAO에 따르면 40년 전 페루에서 아스파라거스가 재배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아스파라거스는 페루 수출 농산물 1위에 올라있는 품목이다. 곤잘로 데하다 연구원은 “2050년 사막과 해안 지역에서 재배되는 감자는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이 지역에선 기후변화에 적응한 새로운 작물이 재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위기는 언제든 찾아온다. 벤자민 키한드리아 차관은 “대책 없이 닥치게 되는 기후변화는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페루에선 재난이 닥친 이후 처리과정이 더뎌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곤 한다. 재난 기간 동안에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무방비 상태다. 페루 정부와 기관, 아덱스는 이에 “예보 없이 닥친 재난”이라며, 한 목소리로 ‘기상청의 무능’을 꼬집었다.

아덱스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농업 수출 부문은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아덱스 기준 지난해 40억 달러(한화 4조 5280억원)에서 2017년 7월까지 525억 달러(한화 59조 4300억원)로 늘었다. 하지만 올 한해 엘니뇨로 인해 빚어진 수출 피해는 상당하다. 파울라 까리온(Paula Carrion Tello) 아덱스 농업 수출 부문 매니저는 “농업 부문에서 (예상치보다) 200만 달러(22억 6400만원)의 피해를 봤고, 망고, 아보카도, 퀴노아, 포도 재배 지역은 피해를 복구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페루 전체 농산물의 수출 1위 품목인 아스파라거스의 수출 실적은 37%, 4위 품목인 망고는 44%나 떨어졌다.

파울라 까리온 매니저는 “재난 위기의 변화가 발생할 조짐이 보인다면 최소한 며칠 전에라도 예보를 해야 위기상황으로 전환해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응급 상황이 닥치기 전에 예보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페루엔 예보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정부와 각 기관의 공통된 판단이다. 곤잘로 데하다 FAO 연구원 역시 “날씨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해 농작물 수확 문제를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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