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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탄발전소가 적폐인가…민간발전업계 고사 위기
“석탄발전소4기 LNG로”통보
포스코에너지·SK가스
1조 투입했는데 공사 중단상태
보상 논의는 없고 ‘소통절벽’
일방적 밀어붙이기 패닉상태

“마치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적폐도 아닌데, 소통도 전무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요하니 업계는 고사할지 모릅니다”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민간발전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들이 하루 아침에 중단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석탄화력발전 기업은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할 상황에 맞닥드리고 있다.

지난 26일 정부가 착공 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하라는 방침을 내놓자 민간발접업계는 그야말로 패닉의 상황이다. 정책 발표 과정에서 이미 투입된 수천억 원의 매몰비용 보상 논의는 커녕 그 어떤 소통과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자회사 포스파워를 통해 삼척화력 1ㆍ2호기 건설을 진행중인 포스코에너지의 상황은 심각하다. 포스코에너지는 이미 지난 4월 관련 서류 제출을 모두 끝낸 상태다. 투입된 투자금액만 561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5월 에너지 패러다임 대전환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상황이 돌변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애초 인허가 시한이던 6월을 넘겨 시간만 끌고 있다. 다섯 달이 넘도록 불확실성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SK가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정부의 신규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에 참여, 자회사 당진에코파워를 통해 4132억원을 투입했다. SK가스는 환경영향평가와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의 심의 의결까지 받았지만 산업부 장관 승인 및 고시 절차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모든 게 멈춰섰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업체들이 주장하는 매몰비용에 입을 닫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전력산업과 관계자는 “업체들이 주장하는 매몰비용에는 프리미엄 등 이른바 ‘딱지값’이 포함돼있다”며 “실제 원가가 투입돼 손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다른 방법으로 업체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정부가 시간을 끌어 손해만 더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협의하겠다”, “소통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제대로 된 사전 조율 한 번 없었다고 귀띔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오염물질 배출 저감 장치를 단 석탄발전소도 안되겠다는 건데, 도저히 안되겠다면 차라리 산업부가 정식으로 공문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래야 소송이라도 진행할텐데 지금까지 공문 한 통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투입된 투자금액의 막대한 이자만 계속 물고 있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업체들이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기업도 국민의 일부다. 나라의 필요에 의해 민간 업체들을 참여시켜놓고 이제와서 보상 등 책임을 회피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국가의 시책을 안 따라간다고 적폐라고 몰아붙이거나 돈에만 눈이 멀어서 환경을 생각 안한다는 프레임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과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그 자체가 비용”이라며 “하루 빨리 업체들과 정부가 진정성있는 논의를 통해 어떤 스케줄로 풀어갈지 투명하게 소통해야 사업자들도 수긍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도 “안 좋은 정책보다 더 나쁜 것은 일관성 없는 정책”이라며 “현재 건설중인 석탄발전소들 역시 과거 국가 전력수급계획에 의거해 정부가 인가를 내준 것으로,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으면 앞으로 민간 기업들이 정부가 하는 사업에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석탄 비중을 장기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대전제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에너지와 전력 설비 관련 사업은 투자 금액이 막대하고 기간도 긴데, 갑작스럽고 인위적인 개입은 시장의 충격이 너무 크다.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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