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극단 치닫는 北·美 ‘말폭탄’…무력충돌 ‘홉스의 덫’ 빠지나

불안 최고조 ‘공격할 때’ 오판
北, 1969년·1994년 美헬기 격추

트럼프 “완전파괴” 공언 현실
‘행동 vs 행동’ 최악상황 우려

북한과 미국 간 말폭탄 대결이 격해지면서 갈등양상은 ‘치킨게임’을 넘어 실제적 무력충돌로 치닫는 ‘홉스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자극적 ‘말폭탄’ 공방에 이어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동원한 미국의 무력시위가 전개되면서 외교적 해법이 끼어들 여지는 줄어들고, 오판에 의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홉스의 덫’은 잠재적 적대국가가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최고조에 달할 때 ‘최상의 수비는 최상의 공격’이라는 논리로 국가가 공격에 나서는 상황을 의미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 ‘대북 선전포고’였다며 미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미 전략자산에 대한 군사행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 1969년과 1994년 자위권을 이유로 미국 정찰헬기를 격추시킨 바 있다. 지난 1969년 북한군은 북한 청진 남동쪽 약 90마일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 중이던 주일미군의 EC121기를 격추했다. 이 공격으로 승무원 31명이 전원사망했다. 당시 닉슨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전술핵 공격 등 25개의 행동계획이 포함된 긴급계획(Contingency Plan)을 수립했지만, 미국은 무력시위외에 다른 응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994년에는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부근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미군의 정찰헬기를 격추시켜 조종사 데이비드 하일먼 준위가 사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상 북한이 자위권을 근거로 미 군무기에 공격을 가한다면 상황을 겉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돌발적 트위터나 기자와의 문답도 아닌, 준비된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B-1B랜서를 북방한계선(NLL)를 넘어 북쪽 국제공역에 투입함으로써 그동안 발언했던 ‘군사옵션’이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 D.C.의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길 바라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위협을 완전히 해결할 4~5가지 시나리오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는 다른 해결책보다 더 험악하다”며 공세적 방안을 취할 뜻을 내비쳤다. 이 때문에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도발을 시도하면 북미 간 무력시위는 일촉즉발의 악순환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이나 추가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군의 B-1B 단독훈련은 북한에게 ‘괌포위사격’의 명분을 제시했다”며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에서부터 북극성-3형 등 각종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또 “북한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이 직접 강경대응을 공언했다”며 “추가도발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북미간 갈등수위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강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아산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발적 군사충돌로 상황이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지 않도록 한국과 미국이 빈틈없고(astuteness) 일관성 있게(steadfastness) 위기관리를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장관은 “한반도 전쟁의 결과는 한국에도 국제사회에도 참혹할 것”이라며 “지난 70년 간의 노력 끝에 민주주의와 경제자유주의 성공모델 국가로 부상한 우리나라와 국민들의 안전을 위험에 빠트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