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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세기 고어·한국 신조어… ‘말폭탄’ 키운 北 선전문구
늙다리 지칭 ‘dotard’ 美 화제
‘역대급’ 단어 한국사회 눈길

북한과 미국이 주고받는 ‘말폭탄’의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이 각종 성명과 입장문에서 쓰는 표현들이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늙다리 미치광이(dotard)’, 리용호 외무상의 ‘역대급’ 등 고어와 신조어를 오가는 톡톡 튀는 단어들이 북한의 새로운 선전 전략으로 평가 받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놓자 미국 사회는 발언 수위보다도 ‘도터드(dotard)’란 표현에 들썩였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아냥댄 ‘늙다리 미치광이’를 dotard라고 번역했는데, 이는 14세기 셰익스피어 작품에서나 쓰이던 고어다. 네티즌들이 단어 뜻을 찾느라 사전 웹사이트에서 해당 단어의 검색 순위가 급상승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사회를 향해 직접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조선중앙통신]

외신들도 dotard에 주목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화려한 모욕이 북한의 전문이다. 14세기 욕설까지 부활시켰다”고 했고 AP통신은 dotard의 뜻을 소개하며 “조선중앙통신이 dotard를 쓴 것은 지난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그 지지자들(어버이연합)을 비난할 때가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아웃사이더’ 이미지와 맞물려 북한의 성명을 통쾌해하는 여론까지 생겼다. 미국 트위터에서 ‘dotardTRUMP’가 실시간 트렌드 순위권에 오르고 “김정은이 트럼프보다 영어 어휘력이 좋다”는 우스개가 퍼졌다.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인 빌 마허는 “나는 김정은을 좋아한다”며 “(dotard는) 셰익스피어로부터 유래했다. ‘대통령답다’는 말처럼 사람들이 사용을 중단한 단어 중 하나”라고 풍자하기도 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표현은 한국 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리 외무상은 최근 김 위원장이 밝힌 ‘초강경 대책’이 무엇이냐는 언론의 질문에 “역대급 수소탄 실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역대급’은 ‘역대 어떤 것보다 최고’라는 의미의 한국 신조어로 북한에 없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북한 관리들이) 한국 인터넷을 많이 보고 자기들끼리 서로 사용해서 입에 익었다는 의미”라며 “북 외교관 중 남쪽(남한) 신조어를 쓴 사람이 내 기억엔 리용호가 역대급”이라고 지적했다.

또 리 외무상이 유엔 총회 기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던진 “개 짖는 소리”,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악통령(악마 대통령)” 등 거친 인신공격성 발언들도 관련 보도의 제목을 장식하며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나날이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욕설을 늘어놓는 것은 물론, 튀는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은 신경전에서 국제적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명의로 직접 성명을 발표하고, 최근 북한 노동당과 최고인민회의는 전 세계 정당과 국회를 대상으로 공개 서한을 발표하는 등 선전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ㆍ한국 등 상대 국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표현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유은수 기자/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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