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자위권 행사차원…영공밖 폭격기도 격추” 협박
-백악관 “선전포고한 적 없다” 펜타곤 “모든 옵션 행사”

북한이 앞으로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영공밖에서도 미군 전략폭격기를 격추시키겠다고 위협하자, 미 국방부는 북한이 도발할 경우 무력시위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당장에라도 전투에 임할 수 있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 완전파괴 vs 사상 최고의 초강경대응’ 등 미국과 북한의 최고 지도자 간 ‘말폭탄’이 급기야 일촉즉발의 무력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유엔총회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오전 뉴욕의 숙소 호텔을 떠나기 직전 발표한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명백한 선전포고’로 규정했다. 또 이틀 전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의 북방한계선(NLL) 너머 북한 동해 국제공역 비행을 거론하면서, 미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리 외무상은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한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앞으로 미국이 B-1B 랜서와 같은 전략폭격기를 북한 인근 국제공역에 전개할 경우 개별적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불시에 무력 대응을 하겠다는 협박이다.

리 외무상은 개별적 자위권 행사의 ‘국제법적 근거’로 이틀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트위터에서 리 외무상의 유엔 연설 내용에 대해 “ ‘리틀 로켓맨’의 생각을 되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부분을 명백한 선전포고로 본 것이다. 리 외무상은 성명에서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 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한 바 없다”며 “솔직히 말해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absurd)”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3·4·5면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은 “어떤 나라도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나 배를 타격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북한 영토와 영공 밖에서 합법적으로 전개하는 미군 전력에 대해 북한이 군사 대응을 할 경우 이는 국제법에 어긋나는 불법 무력사용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국방부는 사실상 맞대응 성격의 입장을 내놨다.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동맹국과 파트너, 미 본토를 안전하게 방어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옵션을 대통령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북한과 정권을 어떻게 다룰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매닝 대변인은 또 “미군은 당장에라도 전투에 임할 수 있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북한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포고 때문에 영공 밖에서도 자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북한의 논리에 주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리 외무상이 ‘영공 밖 격추 자위권 주장’을 했는데 이는 유엔헌장에 근거를 둔 것”이라며 “B-1B 랜서가 국제공역 최북단까지 위협비행을 하자 이런 발언을 내놓은 배경을 지켜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미국 전투기를 쏴 떨어뜨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고, 美 공영라디오 NPR은 “북한 외무상이 (미국의) ‘선전포고’는 미국 폭격기를 쏴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가장 직접적이고 위협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대원 기자/shin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