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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호랑이의 앞발
“주식 투자에 규제가 너무 없는 것 같지 않으세요?”

한 개인 투자자가 고심 끝에 던진 질문이다. 주식에 5억원, 부동산에 15억원 가량을 투자했다는 J씨는 최근 손을 대는 곳마다 골고루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분당과 세종시, 과천, 서울에 각각 부동산을 매입해 2년여만에 수억원을 남겼고 주식 투자 또한 그가 손댄 종목이 최근 급등을 거듭하고 있어 부러울 게 없을 지경이다.

그의 투자법은 꽤 단순하다.

장래가 유망한 지역을 먼저 선정하고, 그 지역에서도 ‘블루칩’ 아파트 단지를 가려낸 뒤 그 단지의 이른바 ‘로얄층’ 매물을 ‘정밀 타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부동산 투자를 말할 때 그가 자주 쓰는 표현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지역을 골라야 한다”다. 또한 한 번 결정이 내려지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그 즉시 목표물을 낚아채는 단순함도 특징이다. 마치 전쟁터에서 칼들고 말 위에 올라 상대를 향해 한숨에 짓쳐나가는 호쾌한 장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주식 투자법도 이와 마찬가지다. 스스로 투자할 만한 종목을 추린 뒤 ‘알 만한’ 지인들 몇 명에게 그 종목 전망을 ‘정밀타격’식으로 물어본다. 반응이 그다지 나쁘지 않으면 즉시 실행에 옮긴다. 오를 거라고 확신을 주는 사람은 없지만, 문제가 있는 종목은 이 과정에서 반드시 걸러진다고 한다. 이렇게 나온 ‘괜찮은’ 종목 리스트 중에서 무엇을 살 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 그는 추려진 2~3가지 종목에 종목별로 1억원 이상을 투자해 불과 몇개월 만에 수억원을 벌었다.

물론 최근 그가 올린 수익률이 그의 투자법이 남달리 신통해서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고, 누구든 그의 투자법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다만 그의 특징은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최근 2~3년간은 부동산 투자에 있어 격변기였다. 2008년말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2014년까지 약 7년여간은 부동산 거래가 꽉 막혀 가계는 물론, 기업이나 국가경제가 길고 긴 터널 속으로 침잠한 시기였다. 2014년 하반기 단행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은 다시 부동산으로 돈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고, 지금까지 3년간은 부동산으로 돈이 너무 몰려 정부가 다시 온갖 규제책을 궁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증권가 역시 최근 1~2년간이 격변기였다. 대통령 탄핵,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등 정치적 거사와 안보 위기 속에서 증시가 출렁인 가운데 코스피 지수가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온 것. 결국 지나 보니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서 모두 대세 상승장이 펼쳐진 셈이었고, J씨는 그 위에 운 좋게 올라탔을 뿐이었다.

호랑이 위에 올라탄 J씨는 그런데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에게 호랑이의 앞발은 부동산, 뒷발은 증권인데 요즘 앞발에만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규제와 개입은 필요하다”면서도 “부동산 투자자와 주식 투자자 중 누가 더 여유 있는 사람일까요?”라고 반문했다. 집 한 채에 자기 전재산이 걸려 있는 사람이 많은 반면, 증권 투자자들은 여유 자금을 굴리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면서.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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