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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프리미엄 모델 속살까지 파헤친 G70…조향성능 40%이상 높였다
-현대모비스 R-MDPS 생산라인 언론 첫 공개
-R-MDPS TFT 1년 6개월 가동 끝에 양산 시작
-독일 경쟁차 해체하고 울산 공장서 G70 100대 테스트
-경쟁차보다 스티어링 휠 구동력 44%키워 고성능 강화
-하루 170개 생산, 올해 3만개…내년 총 11만개 목표

[헤럴드경제(평택)=정태일 기자]“판정 OK 제품입니다. 배출바랍니다.”

자동차 스티어링 휠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기본 골격 조립이 완성되자 해당 모니터에 책임 작업자 이름과 함께 이 같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부품에는 작은 바코드가 찍혀 있었다. 이 부품이 제대로 조립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이력시스템이다. 심지어 부품에는 2, 3차 협력사 업체들의 각 담당자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각자 이름을 걸고 책임 있는 납품을 하자는 ‘납품실명제’에 따른 것이다. 제네시스 G70에 들어가는 고성능 조향장치는 이처럼 초기 단계부터 엄격한 공정 관리를 통해 제작되고 있었다.

최근 방문한 현대모비스 평택 포승공장. 이곳은 현대ㆍ기아차 30여 차종에 전동식조향장치(MDPSㆍMotor-Driven Power Steering)를 공급하는 핵심부품 전략 공장이다.
포승공장 작업자가 벨트장력 조절 후 벨트하우징이 조립된 R-MDPS 부품을 다음 공정을 위해 옮기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05년 TRW와 기술제휴를 통해 포승공장을 완공한 뒤 이듬해 MDPS 본격 생산에 들어갔고, 2013년부터 독자적으로 조향 전자제어장치(ECU)를 개발했다. 특히 올해 제네시스 G70, 기아자동차 스팅어 등 고성능차가 출시되면서 현대모비스는 고성능 조향장치 R-MDPS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앞서 제네시스 EQ900, G80 등에는 다른 국산 업체 부품이 적용되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R-MDPS를 조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모터에 전달하고 모터가 구동력을 일으켜 최종적으로 바퀴 방향을 조절하게 된다. 모터가 스티어링 휠 바로 아랫부분인 컬럼(column)에 있으면 C-MDPS고, 바퀴 축 랙(rack)에 있으면 R-MDPS다. C-MDPS는 설계변경 폭이 적고 소형차에 적합하지만 모터 구동력이 바퀴까지 전달되는 과정서 손실이 불가피해 조향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R-MDPS는 모터 구동력이 바로 바퀴로 전달돼 급회전 구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조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원가가 C-MDPS보다 높아 프리미엄 고성능차에 주로 사용된다. 
포승공장 작업자가 R-MDPS 부품에 바퀴축과 이어지는 엔드모듈을 조립하고 있다 [이상 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언론에 첫 공개한 포승공장 R-MDPS 생산라인은 ‘ㄷ’자 형태였다. 1차로 R-MDPS를 조립하면 이를 이동시켜 2차로 유격, 소음, 누수 등 품질을 검사하는 단계로 진행됐다. R-MDPS에 들어가는 부품은 총 35개로 이 중 단 2개만 해외업체서 공급받고 나머지는 모두 국산 업체가 납품하고 있어 현대모비스 R-MDPS는 국산화 비율이 매우 높다.

현대모비스는 R-MDPS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1년 6개월 동안 TFT를 가동했다. 이 과정서 독일 프리미엄 경쟁차들을 들여와 조향장치를 직접 떼어내 일일이 해체하며 장단점을 집중 분석했다. 포승공장에서는 제네시스 모델과 독일 경쟁모델 포함 7대를 나란히 세워놓고 품질비교 테스트를 진행했고, 역으로 G70에 타사 제품을 장착해 보완점을 연구하기도 했다. 이것도 모자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반고객 출고용 수준의 모델 100대를 갖고 현장테스트까지 진행하는 등 R-MDPS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사적인 공력이 투입됐다. 이재수 현대모비스 MDPS생산팀 부장은 “R-MDPS의 개발 과정에서 최소 10여 차종 이상의 경쟁부품을 분석했다”며 “기존 방식과 달리 모터와 ECU를 통합한 축방향 파워팩을 새롭게 적용하면서 성능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R-MDPS에 들어가는 35개 세부 부품이 나열된 모습 [사진=정태일 기자]

이 같은 노력들에 의해 G70 R-MDPS 파워팩 출력은 독일 경쟁모델에 비해 4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과 높은 회전수(RPM) 등 혹독한 조건에서도 모터가 이 같은 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조향력이 그 만큼 더 뛰어나다는 것이다. 급가속, 급회전에 버틸 수 있는 G70의 기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그간 현대모비스가 연구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스티어링 휠 작동 시 발생하는 진동 및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허용값을 40㎎로 최대한 낮춰 놓고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낮게 설계해 역시 경쟁 차종 대비 작동음을 3% 줄였다.

G70는 개발단계부터 경쟁모델로 BMW 3ㆍ4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을 겨냥해 이들을 뛰어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일 수밖에 없었다. 조향장치를 제작하는 과정서도 이 같은 모델이 경쟁 대상이 되며 끊임 없는 담금질이 이어졌다. 이 부장은 “최적화된 조립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수만 번 테스트를 진행했고 여러 곳에 소음 체크 포인트를 설정해 이음을 없애려는 과정에도 각별히 신경썼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G70, 스팅어에 들어가는 R-MDPS를 하루 170개 정도 생산하고 있다. 연내 공급목표는 3만개다. 내년에는 G70에 6만개, 스팅어에 5만개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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