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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단한 택시운전사①]“쉴 시간도, 공간도 없어요”…법인 택시기사의 설움
-접근성 낮은 고정 쉼터…“어디 있는지도 몰라”
-기사 10명 중 7명, “쉴 곳이 없다…간이 쉼터 선호”

[헤럴드경제=이현정ㆍ김유진 기자] 지난 1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사당동에 위치한 교통문화교육원. 화물차량 운전자와 개인택시기사의 교육을 담당하는 이 곳엔 교육 시설과 더불어 사우나 시설과 운수종사자 복지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다. 복지 쉼터 입구에 들어서니 장갑이나 신발 등 운수종사자용 물품이 놓인 판매대가 보였다. 쉼터 다른 편에는 소파 여러 개와 수면실, 컴퓨터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택시기사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차량 3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교육원 주차장에는 단 한 대의 택시만 보일 뿐이었다. 무료로 개방된 쉼터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원 관계자는 “지리적인 한계로 인해 서울 전역의 기사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교육 일정이 없는 날이면 쉼터의 방문 인원이 하루 평균 1~2명에 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쉼터- 서울 관악구 사당동에 위치한 교통문화교육원의 복지 쉼터의 모습. 물품 판매대와 소파 등만 있을 뿐 택시기사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하루 반나절 꼬박 운전하며 중노동에 시달리는 택시기사들의 쉴 공간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서울에 공식적으로 설치된 택시기사 쉼터는 전무하다. 그나마 교통문화교육원 내에 교육시설의 일부로 복지 쉼터가 마련됐지만 홍보가 부족한 탓에 이용도가 낮은 편이다.

12년차 택시기사 김대영(58) 씨는 “사당동에 쉼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있어도 갈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택시기사들은 쉴 공간이 부족한 탓에 불법 주차를 해가며 잠깐 쉬는 형편이다.

20년차 개인택시기사 문재성 씨는 “외진 뒷골목에 잠깐 차를 세우고 쉬었는데 CCTV에 찍혀 불법 주차 딱지가 떼인 적이 있었다”며 “쉴 곳이 마땅치 않으니 가스충전소에서 잠깐 쉬고 나오는 방법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교육원1: 서울 관악구 사당동에 위치한 교통문화교육원의 모습. [사진=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교육원2: 교통문화교육원 주차장에 택시가 단 한 대만 주차되어 있다. [사진=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그나마 개인택시기사들의 형편은 나은 편이다. 법인택시기사들은 사납급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에 잠깐 차를 세울 여유조차 가지기 힘들다.

19년차 법인택시기사 박모 (60) 씨는 “쉼터에 들리면서 여유롭게 일하다간 사납금 채울 수가 없다”며 “정 피곤하면 뒷골목에 잠깐 세우기도 하지만 나같이 사납금이 주간보다 더 높은 야간에 일하는 기사들은 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12월 택시기사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내놓은 택시기사노동실태보고서에 따르면 택시기사에게 한 달간 ‘아차 사고’를 발생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이 69.7%에 달했다.

택시기사들이 운전하다 쉴 때 가장 아쉬운 점으로는 “주차장이 없어 쉬기가 어렵다”(66.4%)는 답변이 가장 높았고 “화장실 시설이 열악하다”(28.4%)와 “스트레칭을 할 곳이 없다”(2.6%)가 그 뒤를 이었다.

택시기사들이 원하는 쉼터 유형으로는 쉬다가 바로 운행할 수 있는 형태의 승강장 방식인 간이쉼터(76.5%)를 가장 많이 선호했다. 반면 고정된 택시쉼터에 대한 선호도는 18.4%로 매우 낮았다.

쉼터 선호 지역으로는 강남구와 서초구 등 동남권이 42.1%로 가장 높았고 종로, 중구, 용산구가 있는 도심권역이 19.8%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시 전역에 설치해달라는 의견도 8.1%에 달했다. 쉼터 설치 시 가장 적합한 장소로는 중심가 주변 도로변이 72.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택시기사의 쉼터 요구를 인식한 서울시는 쉼터의 접근성과 활용성을 고려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조합 측과 상의해 접근성과 활용성이 높은 쉼터를 마련할 의향이 있다”면서 “쉼터가 실질적으로 꼭 필요한지 검토하는 차원에서 조만간 연구 용역을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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