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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기’라는 덫에 빠진 대한민국
[헤럴드경제=박수현 인턴기자] “나는 선배 스타킹도 빨았어”, “당장 눈 앞에서 사라져”, “쟤는 어떻게 들어왔지?”

21일 국내 굴지의 항공사 승무원들이 실제 겪고 있는 ‘하늘 위 군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직장 내 만연한 갑질 문화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 곳곳엔 군기 문화가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마다 보도되는 대학교 선배의 ‘똥군기’부터 간호사들의 ‘태움문화’까지 크고 작은 조직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대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군기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제공=게티이미지]
군대 내 군기 [사진=SBS 뉴스 영상 캡처]

한 전문가는 “본인 업무만으로도 바쁜 상황에서 신입까지 가르쳐야하니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괴롭힘 문화로 발현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장 내 기강을 잡는 것에서 비롯된 ‘군기 문화’는 상급자의 스트레스 해소 창구로 변질된 경우가 많다. 본래 군기란 아랫사람이 부동자세를 취하며 벌벌 떠는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간호사의 ‘태움’이 군기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태움이란 들들 볶다 못해 영혼까지 태울 정도로 괴롭힌다는 의미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긴장감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에서 생긴 독특한 문화다.

2015년 대한간호협회 조사에 따르면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무려 33.9%다. 이직률이 높은 탓에 입사 100일을 채우면 잘 버텼다는 의미에서 파티를 열어주는 병원도 있다. 잦은 이직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는 게 바로 태움문화다. 간호사들이 모이는 각종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태움을 당했다는 경험담이 올라온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모욕적인 꾸짖음과 폭언은 사람을 오히려 긴장시켜 실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군기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유산과 사산을 경험하고 상담치료를 받는다. 심한 경우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도가 지나친 군기로 자살하는 간호사들이 늘어나는 만큼 사라져야 할 문화다”고 지적한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모든 사람에게 폭력성이 있으나 그것을 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게 문명이고 원활한 소통이고 교육”이라며 “고질적인 병폐문화인 군기가 사라지려면 교육을 통한 군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상호간의 소통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tngus854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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