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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수 대법원장 다음주 취임…‘보수 색채’ 대법원 대수술 예고
-내년 대법관 6명 교체… 진보성향 다수로 ‘역전’ 전망
-전국법관회의 힘 실려…법원행정처 기능 축소 등 예고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어렵사리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보수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법부 지형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21일 국회 임명동의안 가결 소식을 접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법원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가 적지 않다”며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 반드시 국민을 위한 사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취임식은 유엔총회 순방 일정을 마친 뒤 22일 귀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장을 전달한 이후인 25일이나 26일 열릴 예정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21일 오후 서초구 사법발전재단에 마련된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대법원장에게는 대법관 13명과 헌법재판관 3명을 지명할 권한이 주어진다. 내년 퇴임하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총 11명이다. 김 후보자가 임기를 시작하면 당장 내년 1월 2일 퇴임하는 김용덕(60·12기) 대법관과 박보영(56·16기) 대법관 후임을 지명한다. 7개월 뒤에는 고영한(62·11기), 김창석(61·13기), 김신(60·12기) 대법관을, 11월에는 법원행정처장을 맡고 있는 김소영(52·19기) 대법관을 교체한다. 최근 임명된 조재연(61·12기), 박정화(52·20기) 대법관을 더하면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이 다수가 돼 2019년에는 대법원의 이념지형이 역전되는 셈이다.

이러한 여건은 조재연, 박정화 대법관이 전향적 태도를 보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이나, 1,2심 결과와 관계없이 대법원 상고가 확실시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등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도 임기 내 처리될 주요 사건으로 거론된다. 김 후보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시절인 2015년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였다.

헌법재판관의 경우 내년 9월 김이수(64·9기), 이진성(61·10기), 김창종(60·12기), 강일원(58·13기), 안창호(60·14기) 재판관이 한꺼번에 퇴임하는데, 이중 이진성, 김창종의 후임을 김 후보자가 지명한다.

사법행정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그동안 대법원장의 의중을 일선 법원에 전달하던 법원행정처의 역할이 축소되고, 상설화될 예정인 전국법관대표회에 힘이 실려 일선 판사들의 의결 사항이 광범위하게 정책에 반영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가 21일 포부를 밝히며 “제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앞장서서 리드하거나 하지 않고 항상 중간에 서서 여러분들의 마음과 뜻을 모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한 점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판사 관료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 일선 재판부 중심의 판사 사무분담권 배분 등이 현안으로 꼽힌다. 김 후보자는 춘천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일선 판사들에게 직접 업무를 정하도록 하는 자율적 사무분담제를 시행해 구성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법원 내 ‘엘리트 코스’로 꼽히던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없는 김 후보자는 법원 내 진보적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역시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김형연(51·29기) 청와대 법무비서관과는 오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한 협조가 예상된다. 대법원이 1년에 4만여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비정상적인 여건을 개선하는 일도 주요 과제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고심 개선과 관련해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상고허가제는 대법원에 넘어온 사건 중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부만을 골라 판결하는 제도로,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1981년 우리나라에 도입됐지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1990년 폐지됐다. 상고허가제가 도입되면 대법원이 제기능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난제다.

한편 법원 내부에서는 김 후보자가 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인사를 이어갈 경우 사법연수원 동기인 15기 근처에 포진한 고위법관을 건너뛰고 20기 안팎의 진보적 성향의 판사나 순수 변호사 출신 등 외부인사를 등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경우 내년 2월 예상되는 법원 정기인사에서 다수의 고위직 판사들이 법원을 떠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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