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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천만 불법주차②] 비만 오면 올림픽대로 단체주차된 관광버스들…왜?
-탄천 침수 우려해 대피한 버스들…차량안전 위협
-“대안 주차장이 없다”…난감한 자치구들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직장인 최모(38) 씨는 많은 비가 내리는 얼마 전, 자가용으로 올림픽대로를 달리다 깜짝 놀랐다. 올림픽대로에서 강남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구간 갓길에 관광버스 단체로 주차되어 있었던 것.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서 떼로 주차된 버스를 본 최 씨는 자신도 모르게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늦췄다. 최 씨는 “비까지 많이 오는 날인데 버스들이 올림픽대로에 떡하니 일렬로 주차된 걸 보니 위험천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에 주차된 관광버스들은 탄천 공영주차장에 세워져 있어야 하지만 비로 인한 침수를 우려해 올림픽대로로 대피한 것이다. 

올림픽대로에서 강남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구간 갓길에 관광버스 단체로 주차되어 있다. [사진=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현재 탄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버스만 800여대다. 비가 오는 날이면 수백 대의 버스들이 올림픽대로나 인근 지역에 대피 주차하는 것이다.

강남구와 송파구가 운영하고 있는 탄천 공영주차장은 강수량이 시간당 30㎜ 이상으로 예보되면 자치구는 차량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차량 대피를 지시한다.

송파구 관할의 탄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차주들은 물류단지 인근, 잠실종합운동장 주변 등 송파구가 ‘차량 대피 장소’로 지정해 놓은 장소에 차량을 임시 주차한다. 대피 차량들이 불법 주차로 견인될 것을 우려해 ‘수해 대피 차량’임을 알리는 메모도 붙여놓도록 한다. 한 번 대피한 차량들은 최소 2~3일간 대피 장소를 이용해야 한다. 탄천의 수위가 원래대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자치구가 수해를 대비해 지정해놓은 침수 차량 대피 장소. [사진=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일각에선 이같이 올림픽대로나 인근 지역에 세워둔 임시 대피 차량들이 다른 차량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자치구들은 차량 침수 예방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대형 차량들의 주차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을 알지만 비가 오는 날엔 차량들을 우선 대피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송파구는 지난 2013년 7월 장맛비로 탄천 일대가 잠기면서 공영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 침수돼 큰 재산피해를 겪은 바가 있다. 

탄천 공영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대형 차량. [사진=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송파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강남구에선 버스들을 따로 대피시킬 임시 공간이 없다. 버스기사들이 올림픽대로 일부에다가 버스를 세워두는 이유다.

강남구 관계자는 “올림픽대로에 주차하는 것이 불법인 것은 알지만 강남구 내엔 대형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탄천 공영주차장 말고는 아예 없다”고 말했다.

버스기사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비 오는 날 값비싼 버스를 주차장에 그저 뒀다간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버스기사 김모(45) 씨는 “올림픽대로에 세우는 것이 위법인 것은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관광버스 한 대가 최소 1억7000만원이 넘는데 비싼 버스를 그저 비에 침수되도록 둘 순 없지 않냐”며 해명했다. 

자치구들은 서울시의 잠실 일대 개발 계획을 통해 조만간 주차 공간이 확보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잠실종합운동장 개발 사업과 함께 영동대로 지하공간 사업을 추진 중인데 그 일환으로 탄천 공영주차장도 수경 공원으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다른 주차 공간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탄천 공영주차장이 2022년께 수경 공원으로 바뀔 예정인데 탄천 공영주차장 이용자들을 위한 대한 주차 공간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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