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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파격인선 불구 ‘서열순’ 인사 선호
‘양승태號 대법원 6년’ 돌아보니
엘리트 판사중용 기조 유지
전원합의체 판결은 늘어나
‘막연한 논리구성’ 비판도


양승태(69·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이 22일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6년 동안 대법관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몇차례 파격인선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서열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틀을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 대법원장이 재임 기간 중 지명한 대법관은 총 13명이다. 이 중 여성은 박보영(56·16기), 김소영(52·19기), 박정화(52·20기) 대법관이 지명됐고 학자 출신의 김재형(52·18기) 대법관과 변호사 출신으로 분류되는 조재연(61·12기) 대법관도 대법원에 입성했다. ‘대법관 다양화’ 요구를 고려한 인선이다.

취임 초기 양 대법원장이 박보영 변호사를 대법관으로 지명한 일은 매우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서울대 출신 50대 엘리트 판사’로 대변되는 통상의 조건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한양대를 졸업한 박 대법관은 부장판사 출신이긴 하지만 변호사로 활동하며 여성변호사회장을 역임했다. 대구·경북(TK) 출신 인사들의 중용되는 이명박 정부에서 전남 순천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박 대법관과 함께 임명된 김용덕(60·12기) 대법관을 비롯해 고영한(62·11기), 김창석(61·13기), 김신(60·12기) 대법관 등 전형적인 서열순 인사가 이어지면서 첫 파격 인선이 나중 인사를 수월하게 가기 위한 ‘구색맞추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사법연수원 19기 출신의 김소영(52) 대법관의 조기 발탁도 당시 대법관 후보였던 김병화(62·15기) 인천지검장이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검찰 출신의 대법원 입성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였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양 대법원장은 사석에서 “너무 이른 시기에 대법관으로 발탁하면 법원이 유능한 인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고 토로하면서도 고심 끝에 김 대법관을 지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조희대(60·13기), 권순일(58·14기), 이기택(58·14기) 대법관이 지명되면서 사법연수원 11~14기 법원장급 인사들이 차례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양 대법원장은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양 대법원장 재임 기간 중 총 118 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는데, 전임자인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90여 건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몇몇 사안에선 대법원 판결에 걸맞는 논리구성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회사의 임금 지급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2015년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에게 성공보수를 주기로 한 약정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도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이미 체결된 약정은 무효가 아니다’라고 덧붙여 점은 법조계 실무가들은 물론 학계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통상임금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냈던 이상훈 대법관은 지난 2월 퇴임식에서 “사건의 결론을 섣불리 내려두고 거기에 맞춰 이론을 꾸미는 방식은 옳다고 보기 어렵다”며 뼈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양 대법원장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상고법원’ 입법이 필요했던 2015년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소수의견이 없는 ‘13대0’ 판결로 결론내며 여권의 눈치를 본다는 의심도 샀다. 2심과 결론이 다르지 않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판결한 사례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에서 주요 증거에 효력이 없다는 결론이 대표적이다.

양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24일까지지만, 이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이틀 앞당긴 22일 오전 11시 대법원 본관 1층 대강당에서 퇴임식이 열린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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