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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도시바 공동인수 가닥…낸드플래시 기술 협력 불씨 살렸다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 반도체 공동인수를 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일본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가 결국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매각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6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은 듯했던 한미일 연합은 한때 도시바의 오랜 사업 파트너인 미국 웨스턴 디지털(WD) 진영에 밀려 인수전에서 탈락하는 듯했으나 애플을 연합군으로 참가시키며 결국 막판 대반전의 승기를 잡았다.

20일 일본 언론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 진영에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주식 매매계약(SPA)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까지는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가 당초 이달 중 계약 체결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음 주께 열릴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매각 계약에 대한 의사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연합에는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미국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 외에도 SK하이닉스와 미국의 애플, 델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는 향후 도시바 메모리의 지분 구조를 베인캐피털 측이 49.9%, 도시바가 40.0%, 일본 기업이 10.1%씩 분점하는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일본 측 지분율을 과반(50.1%)으로 유지해 도시바 메모리의 경영권을 일본 측에 남겨두겠다는 셈법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초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베인캐피털 쪽이 지분의 51%를 보유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제안했던 것과 달라진 것이다.

또 도시바로서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 PCㆍ노트북 제조사인 델을 투자자로 붙잡아둠으로써, 안정적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고객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환사채(CB)를 통한 출자로 향후 의결권을 확보하려던 SK하이닉스 측의 지분율은 15% 이하로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기업이 또 다른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면서 진행될 수 있는 각국 반독점 당국의 심사에 대비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로서는 흡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일정 부분 경영에 관여하며 도시바와 기술 협력 등을 모색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모바일 디바이스와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로 큰 성장이 기대되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선진기술을 확보하면서 좀 더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으로 진행됐다.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부터 예상 밖의 결과였다. 당시 시장의 관측은 가장 많은 인수가액(3조엔)을 제시한 대만 훙하이그룹 또는 미국 반도체 업체가 주도하면서 역시 높은 인수가(2조2000억엔)를 써낸 브로드컴 컨소시엄이 유력하다는 것이었다.

베인캐피털 측은 2조1000억엔이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수가액을 제시하고도 도시바 또는 도시바 경영진이 지분 일부를 취득하는 윈윈의 해법을 제안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후 WD가 도시바를 상대로 제기한 매각 중지 소송과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를 통해 향후 의결권을 지닌 주주가 된다는 점 등이 협상의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방 마무리될 듯했던 주식 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협상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이번에는 매각 중단을 요구하며 소송을 낸 WD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우선협상대상자가 WD로 바뀌었다는 보도에 이어 매매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보도가 나온 지 며칠 만에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과 WD, 훙하이 등 3개 컨소시엄과 계속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0여일 뒤 열린 도시바 이사회는 한미일 연합과 본격적으로 협상하겠다는 내용의 MOU(양해각서)를 맺고 협상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매각 과정 내내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 만큼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아직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이 매각 최종 단계인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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