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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新경제대륙 개척나선 ‘중기부號’, 靑은 이대로 유령선 만들텐가
여기 선장 없이 표류하는 한 척의 배가 있다. 지난 7월 신(新) 경제대륙 개척이라는 막중한 업무를 띠고 출항한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라는 배다.

새로운 모험을 준비하며 배의 덩치는 전보다 한껏 커졌다. 보급품도 넉넉히 실었다. 그만큼 중기부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기대는 컸다. 그런데 막상 출항을 하고 보니 아뿔싸, 선장이 없다. 배의 각 부를 지휘할 주요 간부마저 정해지지 않았다. 선원들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나아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불안에 떨고 있다.

저 수평선 너머에는 중기부에 실린 보급품과 새 문물을 기다리는 중소기업이 부지기수다. 멀리서 뱃고동만 울리고 가까워지지 않는 배는, 그들에게 일종의 ‘희망고문’이다.

장기화하는 ‘장관 공백’ 사태에 중소기업계가 분노하고 있다. ‘중소기업 시대’를 열겠다던 문재인 정부다.

그러나 청와대가 문을 연 지 4개월이 지나도록 중소기업 정책을 관장할 중기부의 수장은 정해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에서는 “선언만 앞세우고 실천은 하지 않는 꼴”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온다. 장관이 없으니 정부 상층 및 타 부처와 소통이 될 리 없고, 중기청 시절 잘 굴러가던 사업마저 삐걱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만사(萬事)로도 불리는 인사(人事)가 풀리지 않은 탓이다. 중소기업계가 정권 출범 초기부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현역의원을 재빨리 장관으로 낙점해주기를, 최근 창조과학·뉴라이트 논란 등으로 사퇴한 박성진 후보자라도 임명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이유다. 현장은 인사의 중요성을 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현장과 괴리된 모습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34일, 중기부가 출범한 지 57일이 지났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벤처기업가 출신 장관’이라는 카드를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곧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청와대가 뒤늦게 지명한 후보자가 다시 국회 청문회 문턱을 넘어야 함을 고려하면 중기부 장관은 ‘열기가 다 식어버린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시간 동안 중소기업계와 중기부 소속 공무원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다. 이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핵폭탄에 한 차례 휘청거린 터다. 조만간 근로시간 단축까지 이뤄지면 그로기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의 자금회전력 확대 ▷ 중소기업 고용에 대한 정부책임 같은 세부 정책은 여전히 백지상태다.

마치 ‘물량으로라도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자’는 듯 중기부에 쏟아부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예산)과 내년도 본예산도 큰일이다.

4실 체제인 중기부는 기획조정실장을 제외한 중소기업정책실, 창업벤처혁신실, 소상공인정책실 등 3개 실장이 아직 공석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 소속이었던 기술보증기금도 최근 산하기관으로 편입됐다.

예산과 사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려면 부서·기관 간 업무분장이 절실한데, 장관은커녕 실장조차 없으니 현장파악이 이뤄질 리 만무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예산은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책임자도 명확지 않은데 마음대로 돈을 풀었다가는 나중에 어떤 고초를 겪을지 실무자들은 두렵다. 그렇다고 해서 예산 집행이 더뎌지면 그 책임은 내년 국정감사에서 모두 중기부 탓으로 돌아올 터이다.

결국,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청와대가 현재의 부실한 인사 추천·검증 체계에서 장고를 해봤자 ‘옥동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경험했다.

기업가 출신 초대 장관을 임명하고 싶다는 그들의 ‘입맛’보다, 정책 방향설정·예산집행 효율성 제고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민초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새 정부가 벤처·스타트업 같은 혁신적 이미지에만 천착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진 듯하다. 장관은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타 부처, 산하 부서·기관과 역할을 조율하는 ‘조정자’의 성격이 더 크다”는 업계의 중론을 반면교사 삼아 장관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고집을 거두고 업계가 이미 수차례 추천한 현역의원 또는 학계 인사, 경험많은 관료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중기부를 ‘유령선’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히든 카드를 내놔야 한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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