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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북핵 위기, 초당적 협의체 만들자
지난달 아들이 군입대 했다. 신병교육대에 입소하는 날 할 말은 많았지만 “군대생활 열심히 하고 몸 건강하게 지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입대영장이 나오자 아들은 나를 타박했다.

자기가 군대 갈 나이가 되면 우리나라가 통일도 되고 군에 갈 필요도 없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를 배반했다. 아들이 군 복무 하는 기간에 어떤 일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아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일이 어떤 일인지 말이다.

지금 상황을 두고 ‘착잡(錯雜)하다’는 말을 쓴다.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뒤섞어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는 뜻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북핵위기 어떻게 될지 걱정이지만 확실한 설명이나 대응방안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더 강력한 제제를 통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북한 주민만 괴롭히는 효과 없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정부 내에서도 대화와 제제 사이에서 합치된 입장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보수진영에서는 전술핵을 도입하자고 주장하지만, 정부에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에서는 자체적인 핵개발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어느 것도 북핵 위기를 해결할 방안으로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의 분열 그 자체이다. 그 어떤 합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북한의 궁극적 의도 무엇인지, 군사적 대응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 주변국의 협력과 국제사회의 공조는 어떻게 이루어나가야 할지 등에 대해 여·야가 분열되어 있고, 여론도 뒤죽박죽이다.

국론이 분열된 이런 상황에서 북핵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주도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 상황이 착잡한 것은 단순히 상황이 위험해서가 아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국가적 차원의 통합된 합의를 구하지 못하기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합의를 이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용이한 방법은 여·야를 아우르는 ‘초당적 정책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정파적 차원에서 이런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북핵상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책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초당적 정책협의 방식은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이다. 조선은 개국 초부터 각 부서에서 올라온 국가의 중대사를 3정승이 합의해서 군왕에게 상주(上奏)하는 합의체적 전통을 갖고 있었다. 의정부서사제(議政府署事制)라 불리는 이 제도는 당파적 분열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조선을 500년 동안 지속시킨 힘이었다.

북핵위기가 심각할수록 국민적 지혜를 모으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상투적 표현이 실현되어야 할 시점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설령 북핵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을 마련하지 못한다 해도 좋다. 여·야가 함께 국가적 중대사를 논의하고 합의를 구해가는 모습 자체가 국민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다.

야당도 달라져야 한다. 4개월짜리 문재인 정부에게 북핵위기의 책임을 묻는 것은 그리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여당으로서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해온 입장에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아그레망도 도착하지 않은 대사들을 교체하라는 주장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작정 비난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국가의 운명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결국, 북핵위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일은 우리 정치권이 얼마나 협력해서 대처하느냐에 달렸다. 국민이 보고 싶은 모습도 그런 것이다. 정말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면 초당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일에 더는 머물거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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