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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랜드 가치 하락, M&A 스톱…이재용 부재 흔들리는 삼성
- 글로벌 CSR순위 89위로 급락
- 해외부패방지법에 기업 경쟁력도 상실 우려
- 총수 부재 이후 인수합병 올스톱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삼성그룹이 총수 부재의 상황이 장기화되는 데 따른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투자의 중단은 물론, 수십년간 공들여 삼성의 브랜드 가치의 급락이 현실화하면서 삼성그룹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당장은 슈퍼사이클에 올라선 반도체 호황 덕에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외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구가하는 듯 보이지만, 5년 후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삼성 그룹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1심에서 징역5년의 실형이 선고된 뒤 삼성의 브랜드 가치 추락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 본부를 둔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IㆍReputation Institute)가 최근 발표한 ‘2017 글로벌 CSR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89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발표에서 총점 100점 만점에 69.8점으로 20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64.5점에 그치면서 89위로 순위가 급전직하했다. 100위 내 기업 가운데 순위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이 삼성전자였다. 


삼성의 이미지 추락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뒤 1심에서 실형을 선도받을 때부터 예견돼 왔었다. 삼성이 범죄기업, 부패집단처럼 인식돼 그간 쌓은 삼성 브랜드 가치가 한 순간에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었다. 지난 5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브랜드 가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382억달러(약 43조552억원)에 달한다.

삼성의 고민은 단순히 브랜드 가치 하락에 머물지 않는다.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무형의 손실에 그치지만, 삼성은 해외에 계열사를 두고 있는 탓에 해외부패방지법을 적용받게 돼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게 될 위기에도 처해있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기업 총수에게 적용하고 있는데, 유죄가 확정될 경우 FCPA 위반을 들며 대규모 벌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 FCPA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삼성의 경우 해외 계열사가 미국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하게된 것이다.

더 나아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의 중단은 삼성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중요 변수이다. 이미 삼성은 총수 부재에 따른 과감한 인수합병 결단의 공백이 큰 실정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투자 시계는 멈춰 있다. 반도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적 시설 투자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한 이후 올 들어서는 대형 인수ㆍ합병(M&A) 발표가 단 한 건도 없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었던 삼성전자의 공격적 성향은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소극적 방어로 변모한 상태다.

이를 두고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법정 공방이 길어져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수ㆍ합병(M&A) 등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며 “이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첨단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바 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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