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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코릿-맛을 공유하다] ‘파인 다이닝’에 미식가는 왜 푹 빠졌을까
-‘파인 다이닝’ 프랑스 황실 요리에서 유래
-고급식재료에 품격까지 갖춘 맛의 미학
-해외유학파 셰프 유입으로 2000년대 활성화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식(食)’도 이제는 하나의 문화다. ‘파인 다이닝’으로 대표되는 짙고 풍부한 고급 요리는 미각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뿐 아니라 우아한 분위기, 빈틈없는 서비스로 미식 마니아를 사로잡는다.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은 말 그대로 ‘훌륭한 정찬’이라는 뜻이다. 프랑스식 최고급 요리를 뜻하는 ‘오트 퀴진(Haute Cuisine)’에 토대를 뒀다. 오트 퀴진은 1900년께 조르주 오귀스트 에스코피에(Georges Auguste Escoffier)라는 전설적인 요리사에 의해서 확립된 호화스러운 프랑스 황실 요리다. 한두 가지의 에피타이저로 시작해 메인코스, 디저트, 커피에다 와인을 곁들인 고급 코스요리다. 

보트르 메종의 전채 요리 ‘제주산 금태 구이’. 펜 프라이를 한 금태 아래쪽에는 채소 라타투이가 깔려있고, 위로는 과일 라타투이가 얹어져 있다. 맨 위에는 튀긴 파슬 리가 몸을 꼬고 있다. 레몬, 트러플, 허브를 이용한 소스로 마무리를 했다.
보트르 메종의 메인인 안심스테이크. 쥐드보 소스(Jus de veau)가 부드러운 육질을 감싸고 있다. 비스크 소스, 당근과 잣을 사용한 노란색 퓨레, 당근 퓨레도 입맛을 돋워준다. 매쉬드 포테이토, 대추 토마토, 그린 아스파라거스의 파릇한 색상이 접시에 미(美)를 더해준다.

따뜻한 한끼의 식사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원초적 욕망을 넘어서 ‘행복’이라는 총체적 경험을 선사한다. 최근 유행하는 ‘욜로(YOLOㆍ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라이프’가 설파하는 것처럼 행복은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현재에 있다. 파인 다이닝은 그래서 ‘행복한 입맛’을 선물하는데 근원적 사명감을 지녔는지도 모른다.

한국판 미쉐린 가이드를 표방하는 코릿(KOREAT)에 따르면, 올해 외식업계의 5개 키워드는 ▷프라이비트 ▷다양성 ▷외식의 고급화 ▷채식 ▷클래식 등이다. 이 중 외식의 고급화를 선도하는 것은 파인 다이닝이다.

현재 파인 다이닝의 선두주자는 프렌치 레스토랑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코릿이 선정한 대한민국 맛집 랭킹50을 살펴보면 상위권에 프렌치 레스토랑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두루 포진해 있다. 

보트르 메종의 디저트 ‘쁘띠 푸’. 앙증맞은 마카롱, 초콜릿, 머랭 쿠키와 휘낭시에가 장난감 병정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집어먹는 일종의 ‘핑거 푸드’로 홍차나 커피와 곁들여 먹는다.

파인 다이닝의 역사는 우리로선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08년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이 롯데호텔이 들어오면서 ‘프렌치 파인 다이닝’의 신호탄을 알렸다. 트로플(송로버섯), 푸아그라, 캐비어 등 세계3대 진미를 비롯해 평소에 맛보기 힘든 고급 식재료를 아낌없이 활용해 많은 이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롯데호텔 신관 개조공사로 인해 내년 여름에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관한다.

피에르 가니에르와 인연이 깊은 박민재 셰프의 ‘보트르 메종’도 눈여겨볼만 하다. 박민재 셰프는 1990년대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르 코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한국인 최초로 피에르 가니에르의 식당에서 실습을 했다. 펜넬, 적후추, 고수, 노간주열매 등 수십 가지의 향신료와 식자재로 끓여낸 진한 소스는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다.

박 셰프의 시그니처 디저트는 ‘수플레’다. 수플레는 달걀물에 공기를 잔뜩 불어 넣어 부풀어 오르게 한 것을 오븐에 구워내는 후식이다. 달콤한 구름을 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수플레 안 공기를 혀로 녹이고 있노라면 말캉한 푸딩과 달짝지근한 케이크, 바삭한 설탕의 맛이 미묘하게 스친다.

어윤권 셰프가 운영하는 ‘리스토란테 에오’는 최고급 수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선보인다. 간판이 없는 ‘리스토란테 에오’는 소수의 고객에게만 점심, 저녁의 코스 요리를 제공한다. 매일 식재료 상황에 따라 어 셰프가 고객과 조율해 메뉴를 결정한다.

가격대가 비교적 높은 파인다이닝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개최와 외국인의 유입으로 움트기 시작했다. 1998년 외환위기의 충격으로 잠시 주춤하던 고급 외식 시장은 2000년대에 들어서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해외 유명 조리학교를 졸업한 젊은 셰프들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청담, 신사, 압구정을 중심으로 파인 다이닝이 활성화됐다. 이제 견고하게 자리잡은 파인 다이닝은 하나의 문화이자 생활 양식으로 우리 곁에 자리잡았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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