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엄마 분노·정부 압박…‘아이 볼모’ 잡던 사립유치원 꼬리내리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지난 며칠간 엄마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불과 나흘만에 전국적인 전면 휴업 강행(14일)과 철회(15일), 철회 번복(16일) 및 재철회(17일)를 반복하며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한다는 의미에서다.

지난 8일부터 논란이 불거졌던 사립유치원 집단휴원 사태는 이렇게 열흘만에 일단락됐다.

한유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회하게 된 이유로 “교육부가 한유총을 유아교육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책참여를 보장한 만큼 협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유아교육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대다수 회원들의 의견을 존중했다”며 “더 이상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의 불편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최정혜 이사장(가운데)이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사립유치원 집단 휴업, 휴업 철회, 휴업철회 번복 등으로 학부모와 국민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한유총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휴업과 한유총에 대한 반감이 큰 여론에 힘입어 정원감축과 모집정지, 유치원 폐쇄 등의 초강경 대응을 들고 나온 교육 당국에 꼬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학부모는 “마치 끝장을 볼 것처럼 기세를 드높였던 사립유치원들이 교육 당국의 강경 대응으로 인해 손해를 볼 것 같으니 마치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다는 듯 휴업을 접었다”며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자신들의 이익만 취하려는 모습을 보인 와중에 순수성을 인정해달라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휴원 사태는 우선 일단락됐지만, 한유총의 갈지자 행보에 혼란과 불편을 겪은 학부모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에 교육 당국이 공언한 사립유치원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해 각종 비리를 털어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경기지역의 한 학부모는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충 계획을 철회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금은 늘리되 감시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유총의 주장은 많은 국민들의 인식과도 괴리된 것일뿐만 아니라 불붙은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한 발 물러선 한유총 등 사립유치원들도 이번 일로 인해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한유총은 휴업 등 강경투쟁을 주장하는 투쟁위원회와 다수의 온건파 사이에 입장 조율은 물론 의사소통마저 전혀 되지않는 모습이 외부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휴업 돌입이란 중대 사안을 두고도 조변석개하는 모습을 보이며 학부모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 유아교육과 교수는 “국민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데만 몰두하다보니 부모들의 분노만 사고, 사립유치원들이 주장하고자 했던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와 생존권 보장이란 목소리가 국민들에게 전해지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며 “교육 당국이 추진하는 국공립 유치원 확대 정책과 사립유치원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감시 강화의 필요성은 사립유치원들의 집단휴원 사태를 통해 자연스레 힘을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태를 처리한 교육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차관이 직접 나서 한유총과 함께 휴업 철회를 공동 발표하고도 번복되는 사태를 막지 못해 혼란을 키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아교육과 교수는 “휴업 철회 사실을 급하게 발표하다보니 한유총과의 합의 내용이 어설플 수 밖에 없었다”며 “한유총에 대해서도 정책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입장과 초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돌변한 것 역시 학부모와 국민들에게 혼동을 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당국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과 매뉴얼을 개선해 나가길 기대한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