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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어의 의미를 깨닿는 순간…내부로의 추상이 일어났죠”
국제갤러리, 폴 매카시 개인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어느날 스튜디오에 놓인 ‘코어(실리콘 조각 제작을 위한 뼈대)’를 보는데, 그 추상화된 형태가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코어의 의미를 깨닿는 순간 내부로의 추상이 일어난거죠”

미국출신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폴 매카시(Paul McCathyㆍ72)가 5년만에 한국에서 신작을 선보인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는 폴 매카시의 개인전 ‘컷업, 그리고 실리콘, 여성우상, 화이트 스노우(Cup Up and Silicone, Female Idol, WS)’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2012년 한국에서 선보였던 백설공주(Snow White) 시리즈의 스핀오프(Spin offㆍ번외작)격인 ‘화이트 스노 헤드(White Snow Head)와 다다운동을 이끈 프란시스 피카비아(프랑스ㆍ1879-1953)의 ‘여인과 우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피카비아 아이돌’(Picabia Idol) 연작 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본떠 만든 ‘컷 업(CUT UP)’시리즈 등이 출품됐다. 

피카비아 아이돌 시리즈. 진한 갈색이 `피카비아 아이돌`, 뒷줄 왼편 하늘색이 `피카비아 아이돌 코어`, 맨 뒷줄 파랑과 흰색 조각이 `피카비아 아이돌 코어 코어`다. 국제갤러리 K2 전시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가장 흥미로운 건 ‘피카비아 아이돌’ 시리즈다. 고대 우상과도 같은 매끈한 완성품 옆엔 그보다 사이즈가 살짝 작은 ‘피카비아 아이돌 코어’가 자리잡았다. 그 옆엔 그보다 더 작은 ‘피카비아 아이돌 코어 코어’가 있다.

제작 과정부터 이해하기 쉽지 않다. 실리콘 조각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코어’가 훌륭한 추상작품으로 다가왔다는 폴 매카시는 이 ‘코어’자체를 추상 조각으로 제작했다. 그리고 그 ‘코어’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코어의 코어’를 또 조각으로 선보인 것이다. 작가의 설명대로 추상이 외부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 향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프란시스 피카비아의 작품에 나오는 우상만을 차용해 제작한 이 작품은 그에게는 피카비아에 대한 경의의 표시다. 작가는 “피카비아의 추상 작업은 피카소보다 뒤샹의 것과 닮았다”며 “추상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며 동시대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피카비아에 대한 나의 관심은 1990년대부터 계속돼 왔지만, 지금은 뒤샹과의 유사성보다는 디지털 세상에서 변화된 ‘피카비아 해석’에 더 큰 흥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3관에서 선보이는 ‘컷 업’시리즈도 B급 호러물이 떠오를 정도로 임팩트가 상당하다. 작가 자신의 신체를 본 뜬 뒤, 3D 이미지 작업을 통해 50여개 패턴을 제작 이를 우레탄 레진 조각과 드로잉으로 선보였다. 신체를 예리한 칼로 난도질 한 것 처럼 보이는 이 작품들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작가는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세계의 폭력성을 작품에 투영했다. 실제하는 폭력이라기보단 폭력의 이미지에 가깝다”며 “이런 폭력 이미지를 부인하거나 돌려 표현하고 싶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이트 스노우 헤드 연작. 폴 매카시는 "할리우드가 만든 백설공주가 미적 기준이 될 순 없다. 미디어가 만드는 비현실적 이미지와 현실이 혼동되선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사진제공=국제갤러리]
폴 매카시 `컷 업`시리즈. 일흔이 노구를 캐스팅 한 뒤, 3D 이미지작업을 통해 50개 패턴으로 제작했다. 예리한 칼로 난도질 한 것처럼 보이는 작품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작가는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세계의 폭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은 국제갤러리 K3관 전시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폴 매카시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영화와 영상, 아트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대초부터 퍼포먼스와 영상작업으로 미술계 주목을 받기 시작, 1990년대 조각, 설치, 로봇공학을 접목한 작업과 대형 풍선조각으로 작업의 반경을 넓혔다. 

시애틀 워싱턴 대학 헨리 아트갤러리(2016), 로스앤젤레스 UCLA 해머미술관(2011), 뉴욕 휘트니미술관(2008)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개인전과 순회전을 가졌고, 베를린 비엔날레(2006), 휘트니 비엔날레(1995, 1997, 2004), 베니스 비엔날레(1993, 1999, 2001)등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 휘트니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테이트미술관을 비롯 프랑수와 피노, 다키스 조아누, 조지 에코노무, 루벨 패밀리 컬렉션 등에 소장됐다. 전시는 9월 14일부터 10월 29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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