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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명동의 몰락, 금한령이 가르쳐준 뼈 아픈 교훈
‘서울관광 1번지’ 명동이 사드 직격탄을 맞은 지 6개월이 지났다. 명동을 지탱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상권이 시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잘나가던 시절만 생각한 채 위기 대처와 체질 개선에 미적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 골목에서 만난 상인들이 빠짐없이 “원래 잘 나가던 곳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 대부분의 상인들은 금한령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힘들다며 ‘옛날의 명동’이 더 이상 아니라며 안타까워했다.

명동에서 15년 가까이 여성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51)씨는 금한령 이후 아르바이트생을 1명으로 줄였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이 7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아르바이트생 10명이 일하던 곳이었다.

김 씨는 “하루에 가게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손 꼽힐 정도”며 “메르스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내리막길이고 회복이 안 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던 화장품 가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5년 전 이곳에 문을 연 한 화장품 가게 점주는 “금한령 직후 중국인 손님이 반 이상 감소했는데 지금도 나아진 게 없다”며 “요즘엔 일본인 관광객들이 전에 비해 늘었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하던 게 없어져 여전히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관광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은 주요 방문지의 1위는 명동이었다. 이들이 한국에서 한 주요활동은 88.9%가 쇼핑이었으며 1인당 지출금액은 2059.5달러(한화 약 240만원)에 달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평균인 1635.3달러(한화 약 184만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금액이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요우커의 경제학’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은 598만4170명이다. 600만명에 육박한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지출한 금액은 총 15조 7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계소비에서 2.1%를 차지하는 수치다.

‘큰손’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한 명동 상가의 세입자들은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명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월세가 몇백에서 몇억까지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어려워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도 월세내기 어렵다고 한다”며 “명동을 나가고 싶어도 임대차 기간이 있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동의 위기는 어느정도 예고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잘 나가던 때’를 떠올리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한류열풍과 함께 일본, 중국 등 관광객들이 몰려왔을 때 명동은 내국인과 외국 관광객들이 ‘모두’ 찾는 곳이었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즐비해 국내 학생들도 많이 찾는 인기 장소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 명동을 찾는 내국인은 많지 않다. 중국어 간판, 중국인 직원들로 가득한 명동은 중국인들만을 위한 곳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명동을 방문한 다른 외국인들조차 한국의 노골적인 ‘중국인 모시기’에 놀랐을 것이다.

중국인들만을 위한 명동이었기 때문에 금한령 여파가 더욱 매서운지도 모른다. 중국인에 올인했는데 이들이 빠져나가갔으니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명동은 달라져야 한다. 실제로 상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몰락’을 피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명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56)씨는 “중국인들 위주의 아이템을 바꾸고 다른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 곳이 돼야 명동이 살아날 것”이라며 “특정 관광객만 찾는 곳이 된다면 언제 또 이런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명동 살리기 해법은 ‘역지사지’에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쇼핑만 원하는 게 아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신촌, 홍대, 가로수길이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최신 트렌드의 쇼핑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젊은층들과 함께 놀 수 있으니 1석2조일 것이다.

명동은 그동안 일부 상인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과도하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탓에 여론이 좋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명동을 외면했던 이유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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