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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부동산, 진짜 戰線엔 닿지 않았다
분양 앞둔 견본주택은 여전히 장사진이다. 널찍하게 공간을 빼고 산뜻하게 내부를 꾸민 곳에선 꿈이 꿈틀댄다. 헌 집이 초라할수록 삶의 지저분한 흔적이 없는 그 곳에 살고 싶다는 욕망이 솟는다. 규제가 빗발치는 시절이지만 새 집을 갖겠다는 바람은 꺾이지 않는다. 본능의 문제여서다.

세계의 골칫덩이 북한도 예외없다. 신분 따라 아파트를 배급하는 게 원칙인데, 주택이용허가증을 사고 판다고 한다. 입지 좋은 평양시내 49.5㎡짜리의 허가증은 8000달러에 거래된다. 평양시 최고가 아파트는 10만달러 하던 게 2014년엔 20만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그들도 아파트를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시장은 틀어막아도 움직이는 생물이고, 욕망은 이토록 치열하다.

욕망을 제어하려는 시리즈 규제의 설계ㆍ실행자인 ‘三金(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ㆍ김동연 경제부총리ㆍ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결기는 의심할 여지없다. 집값이 불안한 곳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겠다고 후보지까지 공개한 마당이다. 주택 정책을 경기조절수단으로 쓰지 않겠다는 천명은 아슬아슬하지만 순수하다. 돈을 풀어 시장에 활력을 주고, 세금도 더 걷을 수 있는 ‘모르핀’을 포기하겠단 것이다. 투기꾼이 메뚜기처럼 옮겨다니며 집값을 요동치게 하는 걸 눈 뜨고 못 본다는 심산이다.

투기세력을 반(反) 시장적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모호하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대다수가 내집 마련의 꿈을 허망하게 느낀다. 적절한 브레이크가 긴요하다. 부동산 부자 1%가 1인당 6.5채의 주택을 갖고 있단 통계는 일그러진 시장의 단면이다.

국민 열 중 넷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 구사하고 있다’(한국갤럽 조사)고 답한 건 잘못된 걸 바로 잡아야 한다는 대의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졸지에 투기세력으로 몰린 선의의 피해자도 규제 속도전 탓에 생긴 정책의 ‘구멍’을 인내하고 있다. 언제까지 참을지 모르지만 왜곡된 시장을 정치(定置)하는 게 맞다고 봐서다. 정부로선 이왕 뽑은 칼을 제대로 쓰고 역효과도 보듬어야 할 의무가 생긴 셈이다.

집값이 조금 수그러들었다고 자화자찬할 일은 아니다. 진짜 전선(戰線)은 주거복지에서 형성될 공산이 있다. 주택 정책은 집값 안정과 주거복지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굴러간다. 투기를 혼쭐 내더라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잘 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공공주택 건설용 토지를 매입했는데 3년 지나도록 착공하지 않은 물량이 2만채가 넘는다. 지난해 주택도시기금의 국민임대 융자ㆍ출자사업의 계획액은 1조258억여원인데 집행률은 63.7%에 불과하다.

땅 있고, 돈 있는데 임대주택을 짓지 못하는 건 지역주민의 반대 때문이다. 임대 아파트가 들어서면 집값 떨어진다는 이기주의가 명징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10억원 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엔 못 들어가도 3억~5억원 하는 내 집값이 임대주택 때문에 깎이는 건 못 참겠단 거다. 임대주택이란 명칭을 바꾼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투기는 규제를 쏟아부으면 잡히겠지만, 인식의 대전환은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어차피 욕망과의 전쟁은 막 올랐다. 절치부심한 현 정권의 내공은 여기서 드러날 것이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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