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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예산 6억 늘리는 발상으로는 자살공화국 못 면해
10일은 ‘자살예방의 날’이다. 생명의 소중함과 급증하는 자살 풍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2003년 제정했다. 그런데 이 날을 맞이하는 감회가 유난히 무겁고 착잡하다. 우리나라가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2003년 이후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6.5명이다. 매년 급증세를 보이다 지난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 이후 그나마 감소세로 돌아선 게 이 정도다. 그런데도 OECD 평균(12.0명)은 물론 일본(18.7명)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하긴 사회관계서비스(SNS)를 이용해 자살 방법을 알려주고 돈을 받는 ‘자살브로커’가 활개를 치는 우리 사회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물론 정부도 자살예방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가동되고, 2020년까지 자살률을 인구 10만명당 20명 아래로 떨어뜨리겠다는 정책 목표도 세워 놓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정신건강과 자살예방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든 자살률을 낮춰보겠다는 정부 생각은 반갑고 공감이 간다. 하지만 강고한 실천 의지가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만 봐도 그렇다. 모두 105억5200만원으로 올해보다 6억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백종우 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경희대 교수)은 국회 주관 자살예방 토론회에서 “이런 정도의 예산으로는 획기적인 자살률 감소는 불가능하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교통사고처럼 자살도 예방이 가능하며 그러기 위해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예방에는 한해 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10년동안 사망자가 40%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자살예방에도 이 만큼의 예산은 밀어줘야 한다. 일본의 자살예방 예산 규모가 딱 그 정도다.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 양극화와 사회 각 분야의 치열한 경쟁, 급속한 교령화와 노인 빈곤 등 자살을 유도하는 요인이 도처에 널렸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하고 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자살로 인한 사회적비용도 연간 6조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더 적극 나서야 한다. 달랑 6억원 예산 늘리기 수준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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