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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정재욱] 너무 젊은 지공거사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이른바 지공거사(地空居士)들 마음이 요즘 영 편치 않을 듯하다. 지하철 누적적자가 경영을 압박할 정도로 심각한데 무임승차가 가장 큰 이유라는 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만도 하다. 서울 지하철(양사 통합)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3850억원인데, 그 가운데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3456억원으로 89.8%에 이른다.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하철 적자의 대부분이 노인 공짜 손님이 많아서란 얘기다.

부산 대구 등 지방 지하철도 사정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민간사업자인 신분당선 운영사가 노인에게도 운임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런 까닭인지 최근엔 말없이 정상 요금을 내고 지하철을 타는 노인들이 점차 많아진다고 한다.

지난달 말로 우리나라는 UN분류 기준 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상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선 것이다. 노인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 들어간 게 지난 2000년이다. 17년 만에 노인 인구비중이 딱 두 배가 됐다. 지하철 적자 뿐이 아니다. 노인 인구 증가로 부담해야 할 각종 사회적 비용도 그에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본격 노인층에 합류하면서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불과 7~8년 뒤면 노인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1, 2년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그러다 2050년에 이르면 마침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령국가가 된다는 분석도 나와있다. 유래를 찾기 어려운 노령화 속도다.

이 때까지 노인들이 지하철을 공짜로 타게 된다면 적자가 아니라 아예 파산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긴 노인 복지 비용대느라 국가 재정이 거덜 날 판이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제일 낮은데, 노인인구는 빛의 속도로 늘어나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노인의 연령 기준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노인복지법에 노인을 65세로 규정한 게 1981년이다. 당시 노인 인구는 4%이고 평균 수명은 66세였다. 지금은 14%, 82세다. 비교 자체가 난센스다. 노인으로 분류되는 65세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얼마든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대한노인회도 65세는 노인이 아니라고 인정할 정도다. 적어도 그 기준을 7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상향조정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사회 구조가 변하면 국가 운영 시스템도 이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지공거사의 자격도, 연금지급 시기도, 정년퇴직 시점도 모두 늦추자는 것이다. 도도히 밀려오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를 인위적으로 비켜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재정으로 다 감당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어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일하는 나이 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 앞으로는 노인의 기준을 정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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