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휴일 대낮부터 전쟁 공포에 휩싸인 시민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압박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이 5차 실험을 한지 1년 만이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기상청은 4차 핵실험에 비해 11.8배, 5차 핵실험에 비해서는 5~6배의 위력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폭발력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3~4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민들은 거듭된 북한 도발에 학습됐지만 이번엔 ICBM을 장착한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휴일 대낮부터 전쟁 공포에 휩싸였다.

신혼 4개월 차인 김영은(30) 씨는 김 씨는 “신랑이 장기간 출장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소식을 들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다들 전쟁은 쉽게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번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다”며 불안함을 호소했다.

돌배기 딸을 키우고 있는 임신 4개월 차인 주부 손혜진(31) 씨도 홀몸이 아닌 탓에 불안감이 더 커졌다.

손 씨는 “단순히 미사일을 쏜 것도 아니고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하니 이러다 머지 않아 정말 전쟁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국가에서 출산을 해야 한다니 걱정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텔레비전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보면 더 불안해져 최대한 예능이나 드라마만 보며 뉴스를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당시 인공지진을 몸소 느낀 일부 시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었다. 실제로 기상청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대규모 폭발에 의한 진도 5.7의 인공지진이 이날 오후12시 29분께 감지됐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사는 주부 이명희(41) 씨는 텔레비전을 보던 도중 소파에서 미세한 진동을 느끼는 동시에 텔레비전이 흔들리는 것을 목격했다. 이 씨는 “지진을 느끼고 두 시간이 지나서야 북한의 핵실험 여파인 것을 알았다”며 “여의도에 있던 남편도 당시 지진을 미약하게 느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대체 왜 이렇게 도발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정부는 즉각 경고의 수위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로 강한 응징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NSC에서는 미국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의 전개안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분노를 느낀 시민들은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직장인 박정수(60) 씨는 “북한의 도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와 국제 사회는 계속 대화에만 초점에 뒀다. 수소탄 시험까지 한 이상 대화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정부가 지금보다 훨씬 강경한 대처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북한 비판의 목소리에 가세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북한은 오늘의 핵실험을 통해 미국 등을 겨냥한 핵무기 실전 배치가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면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의사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 삼고, 한반도와 동북아를 극도의 위기 상태로 몰아넣는 북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후보였던 당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문 후보는 “북한이 핵을 동결한 뒤 핵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개성공단 가동 및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화 국면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다음 정부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레드라인’에 대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나 다름 없다. 북한이 수소탄 ICBM으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해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6차 핵실험 직후 “북한 발표에서도 ‘완성단계의 진입’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레드라인을 넘은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말을 아꼈다.

북한의 의도는 분명하다. 내부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우리 정부가 지금껏 한계를 드러낸 형식적인 대북 제재에만 매달릴수록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전도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ren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