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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이재석 카페24 대표이사]4차 산업시대, 기존 규제론 안된다
“규제 때문에 국내 보다 해외시장 진출을 먼저 고려 중이다.”

신기술이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중인 사업가들이 종종 하는 이야기다. 국내 규제수준이 첨단기술의 발전 수준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최근들어 많은 발전이 있기도 했지만 4차산업혁명이 화두인 복잡한 시장 환경을 관리하기엔 기존 정부의 규제 시스템으로는 몹시 버거워 보인다.

필자는 규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 방식’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규제가 ‘좋다’, ‘나쁘다’하는 단순한 접근보다 더 세심하게 문제를 살피자는 것이다.

특정 규제를 비판할 때 종종 ‘비효율적이다’는 이야기가 자주 거론되지만, 태생적으로 규제는 사회적ㆍ인간적인 가치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선 큰 성과를 발휘하는 사례들을 우리는 쉽게 발견하곤 한다. 단기적으로 시장의 효율을 훼손하는 대신, 생명과 자연같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여러 제도들이 결과적으로 우리사회를 지켜왔던 다양한 규제들의 순기능이다.

그래서 규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규제가 줄 수 있는 폐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 사이의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규제를 설정하되 시장의 시스템에 맞는 ‘이중적인 구조’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이 같은 방식이 잘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가 보험이다. 보험은 시장 안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간접적 규제’ 역할을 한다. 정부는 핵심 규제와 가이드라인만 정하고 세세한 제한은 보험사와 고객이 결정한다. 그리고 엄격한 규제보다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자동차 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핵심 규제를 정한다. 음주ㆍ무면허 같은 10대 중과실 위반사고는 보험처리와 별개로 형사 처벌하는 게 한 예다. 운전자는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부담을 덜 수 있다. 보험사는 약관ㆍ캠페인 등을 통해 운행 환경을 조율한다. 보험 시스템 속에서 사고가 잦은 운전자는 과중한 보험료를 받는다. 반대로 사고가 적으면 보험료는 내려간다. 운행량이 많으면 보험료가 늘어나고, 적으면 보험료가 인하된다. 일종의 자율 규제 시스템이다.

보험처럼 제3자가 개입해 유연한 규제를 유도하는 또 다른 사례가 NGO(비정부기구)다. 이들은 정치ㆍ경제ㆍ환경ㆍ인권 등 다방면에서 시장 감시와 조정 역할을 한다. 흔히 말하는 선진국일수록 정부의 직접 규제보다 NGO나 보험을 통한 보완적 규제가 발달해 있다.

이는 엄격한 규제보다 효과적이다. 과거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생각하면 최근 보험 시스템의 효율성을 실감할 수 있다. 붉은 깃발법은 자동차 허용 속도를 6km/h 이내로 제한하는 법률이었다. 상당히 엄격한 법이었다. 당시 영국정부는 보행자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이같은 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큰 역효과를 냈다. 지나친 규제 탓에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사지 않았고, 산업의 주도권은 미국과 독일에 넘어갔다. 이후의 영국 자동차 산업은 내리막을 걸었다.

한국은 이같은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산업과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고려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의 일방적 규제도 시장 방임도 문제다.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규제 체계를 만드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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