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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만에 돌아온 ‘덕수궁 프로젝트’…대한민국 근대를 바라보다
덕수궁 야외 및 전각ㆍ행각서
한국작가 9명의 9개 작품 선보여
미술작품으로 근대 돌아보기 시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덕수궁이 현대미술로 다시 물들었다. 지난 2012년 ‘덕수궁 프로젝트’ 이후 5년만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는 9월 1일부터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 빛ㆍ소리ㆍ풍경’전을 개최한다. 5년 전엔 덕수궁 건물과 역사를 재해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고종과 대한제국, 그리고 덕수궁으로 표상되는 대한민국 근대의 태동에 집중했다. 근대 한국미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전시와 같은 맥락이다.

김진희 작가의 ‘딥다운-부용’(2017). 다사다난했던 덕수궁의 역사를 이미지화 함과 동시에 청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게 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중화전 앞 행각, 함녕전, 석조전 등 덕수궁 곳곳에서 이뤄진다. 강애란, 권민호, 김진희, 양방언, 오재우, 이진준, 임수식, 장민승, 정연두 등 한국작가 9명이 참여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올해는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2년 프로젝트를 더욱 발전시켜 선보인다”며 “역사와 사상, 풍경과 기억,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꾀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두 작가의 ‘프리즘 효과’(2017). 대한제국 시기의 고종황제와 덕혜옹주를 바라보는 시각을 네 개의 시선으로 분류해 사진으로 구현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석조전 별관과 본관을 잇는 복도엔 정연두 작가의 작품이 자리잡았다. ‘프리즘 효과’라는 제목의 작품은 대한제국 시기 고종황제와 덕혜옹주를 바라보는 시선을 4개 사진으로 제시한다. “역사는 하나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프리즘 처럼 다양하다. 사진은 파편적 단면을 보여주는 매체로, 같은 걸 바라보더라도 입장차를 보인다는걸,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담고 싶었다”는 작가는 지난 겨울 국정농단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보고 작품에 착안했다. 손을 잡고 석조전에 선 고종황제와 덕혜옹주를 동서남북에서 촬영한 대형 사진은 각각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담은 ‘사적 시선’, 대한제국을 쥐락펴락 하고 싶었던 열강들의 욕망이 담긴 ‘침략적 시선’, 관광객이나 현대인이 바라보는 대한제국이라는 ‘공적 시선’, 외국 열강 바라본 ‘타인의 시선’을 담았다. 

권민호 작가의 ‘시작점의 풍경’(2017). 석어당 정면 외관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효현한 이 작품엔 대한제국 시기와 현대 덕수궁 주변의 모습이 숨은 그림찾기처럼 들어있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석어당의 대청마루엔 권민호의 대형 드로잉 ‘시작점의 풍경’이 선보인다. 석어당 골조를 목탄과 연필 등 대형 드로잉으로 그렸는데, 자세히 보면 그 안엔 한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풍경이 담겼다. 자동차ㆍ조선업을 위시한 중공업, 적산가옥부터 최근의 주상복합까지 다양한 주거형태도 그려넣었다. 복잡다단한 그림위로 한국 최초의 기차였던 ‘모갈 1호’와 초고속열차인 KTX가 영상으로 지나간다. 권민호 작가는 “영국인이 지은 석조전과 전통 궁궐이 혼재된 덕수궁은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을 고수하고자 했던 고종황제와 대한제국의 모습으로 보였다. 이러한 복잡미묘한 상황이 한국 근대의 시작이며, 지금 우리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임수식 ‘책가도389’(2017ㆍ왼쪽), 강애란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2017) 전시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고종황제가 외국 사신을 접견하거나 책을 읽는 서재로 쓰였다는 덕홍전은 강애란, 임수식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두 작가 모두 ‘서재’에 초점을 맞췄다. 강애란은 ‘대한제국의 빛나는 날들’이라는 작품으로 고종황제가 읽었을 것 같은 책을 아크릴로 제작해 선보였다. 사서삼경, 논어를 비롯 ‘메밀꽃 필 무렵’과 같은 소설과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풍경을 목판화로 제작한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ㆍ1887~1956)의 책 등이 눈에 띈다. 맞은편엔 임수식 작가가 책가도를 가져왔다. 대한제국을 연구하는 한국의 대표적 학자 3명의 책장을 재조합해 현대적 책가도 병풍을 세웠다.

전시엔 전반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한 작품이 많아 낮보다는 밤에 관람하기 좋다. 월요일 휴관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은 저녁 9시까지 개관한다. 전시는 11월 26일까지 이어지며 기간내 큐레이터와 아티스트의 일대일 토크 프로그램 등 연계행사도 13회 열린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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