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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고제헌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생애주기 가설로 살펴본 한국의 고령층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랑코 모딜리아니가 1954년 주창한 생애주기가설(Life Cycle Hypothesis)은 현재소비가 현시점의 소득이 아니라 평생소득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평생에 걸쳐 일정한 소비수준을 유지(Consumption smoothing)하며, 저축은 기대수명을 고려하여 선택한다는 연구다.

고령화에 따른 미래 경제 예측은 많은 경우 생애주기가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노년기는 소득이 줄어 평균소비성향(소비/소득)이 높아지고, 투자를 기피하며 자산을 처분하는 시기다.

하지만 한국의 60세 이상 가구는 평균 소비성향이 가장 낮고, 거주 이외 주택투자에 적극적이며 자산 처분을 유보한다. 한국 고령층의 소비패턴은 생애주기가설의 설명과 위배되는가?

한국은 평균수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합리적으로 평생의 소득을 예상해 저축하고 소비했다 하더라도 고령층에 도달한 순간 소비여력이 부족해진다.

또 한국사회는 노후의 불확실성을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고령층의 리스크를 분담할 사회적 안전망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독일 등 초고령 국가의 공적연금 수급율이 90%을 넘는데 반해 국민연금 수급률은 38%(2016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고령층은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해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실질은퇴연령(남성 기준)은 64.6세인데 한국은 72.9세다. 고령층의 일자리 상당수가 최저임금 수준의 비정규직임에도 OECD국가 중 고령층의 근로소득 의존도가 가장 높다.

고령층의 주택투자와 보유도 소득확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의 주택임대 수익률은 기타 금융자산 수익률에 비해 높고, 변동성이 낮아 고령층이 소득확보를 위해 주택에 투자할 유인이 크다.

투자여력이 없는 고령층도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이 있는 주택 처분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한국 고령층이 직면한 노후는 모딜리아니의 가설보다 녹록치 않다. 은퇴 후에도 불확실성에 대비해 저축을 해야하고, 자산은 유동성이 낮은 주택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자산을 소비에 활용하기 어렵다.

도식적인 고령화 분석이 한국경제에 적용되는 것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 구조로 고령화가 진행되면 소비침체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가 선진국보다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고령층의 활발한 주택투자는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의 활력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침체될 경우 고령층의 소득 안정성은 크게 위협 받을 것이며, 이는 주택가격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령층의 소득 불안정성 개선은 경제성장과 직결되는 요인이다. 고령층 빈곤률이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복지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령화 대책으로 주택자산 유동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한국엔 정부가 공적 보증하는 주택자산 유동화 상품(주택연금)이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고령층의 주택연금 활용은 소극적이다. 고령층에게 유일한 자산인 주택을 유동화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결정이다.

고령층이 자산을 활용해 소비평탄화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물론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구조로 고령화가 진행되게 될 경우 치러야 할 경제적 비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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