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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돌아온 장고’ 안철수의 기회와 딜레마
‘돌아온 장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 복귀하자 정치판이 가파르게 돌아가고 있다. 1966년에 개봉해 대성공을 거둔 서부영화 ‘장고’속의 주인공, 고독한 총잡이는 복수의 화신으로 돌아와 기관총으로 적들을 초토화시키는 장면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20여년이 흐른 1987년에 재개봉한 ‘장고’ 2탄은 그러나 어설픈 람보 흉내내기라는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참패했다. 야심차게 재등장한 안철수의 미래는 과연 어느 쪽일까?

안철수의 재등장으로 작금의 한국정치는 2017년 5월 대선이 끝난 지 단 3개월 만에 대선 득표율 1,2,3위였던 문재인-홍준표-안철수 3인이 격돌하게 되었다. 조만간 4,5위인 유승민, 심상정 의원이 전면에 나서면 정확하게 대선 2라운드가 펼쳐지는 셈이다. 사실 이런 장면은 세계 정치사(史)에서 보기 드물다. 대선 격돌의 앙금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5명의 대선 후보들이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로 갈라져 다시 맞붙는다? 결코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안철수 대표가 내세운 기치 1호는 ‘선명한 야당론’이다. 그는 두 손을 높이 쳐들고 사자후를 토하며 “싸우겠다”는 말을 11번이나 사용해 전의를 다졌다. 문제는 치열하게 싸우겠다는 대상이 보수적인 홍준표 대표가 아니라 진보적인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안 대표가 문 대통령을 공격하면 할수록 ‘안철수+홍준표의 이미지’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안 대표는 29일 홍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폭주 기관차를 탄 문재인 정부를 막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야3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단일화론’과 ‘수도권 야3당 연합공천론’이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정치새깔이 전혀 다른 보수세력과 개혁세력이 손을 잡자는 얘기다. 이는 1990년 호남의 김대중을 배제하고 노태우-김영삼-김종필 3자(者)가 하나로 뭉쳤던 3당 합당의 데자뷔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안대표가 ‘선명한 야당론’을 외칠수록 엉뚱하게 ‘애매한 야당론’으로 변질되는 딜레마가 우려되고 있다.

안 대표가 내세운 또다른 캐치프레이즈는 ‘자강론(自彊論)’이다. 국민의당 창당 이후 1년 넘게 들어왔던 자강론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국민의당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호남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호남 기반이 탄탄해야 국민의당이 탄탄해진다는 ‘호남 자강론’이다. 그러나 안 대표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안 대표 입장에서 볼 때, 지난 5월 대선에서 호남의 지지는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고, 이번 정계복귀 때 호남 출신 의원들이 앞장서서 반대했으며, 당 대표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정동영, 천정배 의원도 모두 호남 출신들이다. 게다가 호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당 호남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호남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기 어려우니, 차라리 호남 홀대론에 따른 반사효과를 기대하며 비호남 지역에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호남 패싱론’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안 대표가 자강론을 외칠수록 호남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 민주당과의 연대론이 높아지는 두번째 딜레마가 우려된다.

안 대표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꺼낼 비장의 카드는 ‘개헌론’일 것이다. 그의 무리한 정계복귀도 사실은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향한 강박감 때문이며, 그 돌파 카드는 당 대표 당선소감에서 강조한 개헌론일 가능성이 크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권력구조 개편과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내세워 야3당과 공조를 이루어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때이른 차기 대권구도로 몰고 간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 개헌론을 외칠수록 정치공학적 책략 카드로 치부되곤 했다는 점에서 안철수의 세 번째 딜레마가 우려된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줄곧 보여주고 있는 탈권위 정치와 친서민 행보를 지속할 경우, 안 대표의 권력구조 흔들기 공세가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 의문이다. 안 대표의 정계복귀 직후에도 국민의당 지지도가 5% 미만이라는 사실은 그의 험난한 미래 지형을 보여준다.

서부영화 속의 장고는 늘 ‘고독한’ 총잡이였고 복수심이 활활 불타올랐다. ‘장고’ 2탄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과거와 비슷한 레퍼토리로 등장해 비슷한 방식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과연 안철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세 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안철수의 정치실험의 성패는 결국 안철수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위의 세가지 딜레마를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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