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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 없는 비극, 무연고死] ‘씁쓸한…쓸쓸한’ 죽음이 늘고 있다
-서울시내 무연고사망자 매년 증가 추세
-하루 1명 꼴 발생…올해 1~7월도 230명
-매해 느는 중ㆍ장년층 1인가구와도 연관
-장례비 때문에 시신 인수 포기하기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지난 달 A(52) 씨와 며칠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혹시나 해 서울 강동구에 있는 그의 집을 찾은 B 씨는 화들짝 놀랐다. 바닥의 누워있는 A 씨의 몸이 차갑게 굳어있던 것이다. 경찰, 구청 직원들은 특별한 점이 없어 그의 사인을 ‘기타 및 불상(원인을 알 수 없음)’으로 기재했다. A 씨는 오랜 기간 혼자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을 인수하겠다는 연고자도 없었기에 결국 ‘무연고 사망자’로 화장 처리됐다.

서울 시내 무연고 사망자가 매년 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란 아무도 시신을 인수하지 않는 사망자를 말한다. 연고자가 없을 때나 있더라도 인수를 거부할 때 지방자치단체는 시신을 무연고로 본다. 주로 홀로 사는 중ㆍ장년층, 노년층 가운데 발생한다.

서울 시내 무연고 사망자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는 거의 하루 1명 꼴로 발생하는 중이다. [사진제공=헤럴드DB]

30일 서울 25곳 자치구의 ‘무연고 사망 현황’을 전수 조사해보니 지난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시내 무연고 사망자는 전체 1158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290명, 2015년 331명, 작년 334년 등 매년 증가세다. 2015년부터는 거의 하루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 중에선 이름ㆍ나이조차 알 수 없는 신원미상인 무연고 사망자도 2014년 10명, 2015년 14명, 작년 17명 등 매 해 많아졌다. 올해에도 1~7월에만 신원미상 1명을 더해 모두 230명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자치구로 보면 중구ㆍ영등포구 각각 163명, 동작구 98명, 중랑구 94명, 종로구 86명, 용산구 81명 순이었다. 이어 노원구 18명, 강서구 17명, 도봉구 16명, 강북구 15명, 강남구 8명 순으로 적어졌다.

연령으론 50~60대도 상당수를 차지하며, 성별로는 10명 중 7~8명이 남성이라는 게 다수의 구 관계자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매년 무연고 사망자가 느는 현상이 중ㆍ장년층 이상 1인가구 급증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시 통계를 보면 지난 2010년 28만4995명이던 시내 50세 이상 1인가구는 2015년 44만1232명으로 54.8% 껑충 뛰었다. 주로 이혼ㆍ사별 등에 따라 1인가구가 되는데, 이에 따라 상당수는 그때부터 사회와 단절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 분석이다.

높은 장례 비용도 원인이다. 연고자가 장례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일도 생겨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결과 우리나라 평균 장례비용은 1198만원이다. 민간 장례식장의 60~70%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 운영 공설 장례식장이 있긴 하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에만 해도 전체 72곳 장례식장 중 5곳 뿐이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장례 또한 고용ㆍ실업 등 분야처럼 정부가 적극 관여하는 사회문제로 다뤄져야 할 때”라며 “우선 무연고 사망자와 기초생활수급자, 홀몸노인 등에 장례 우선권을 주는 공설 장례식장을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무연고 사망자를 발견하면 장례식장 영안실에 안치한 후 전산망을 통해 연고자를 찾는다. 인수자가 없다면 시설관리공단 위탁업체가 시신을 대신 처리한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시립승화원에서 화장하고, 파주시 ‘무연고 추모의 집’에 10년 간 봉안하는 식이다. 인수자가 끝내 나타나지 않으면 기간 직후 다른 유골과 합동 매장한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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