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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수능 전과목 절대평가로도 부족
현재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교육개혁 정책 가운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방안이다. 교육부는 수능시험의 일부인 4개 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1안과, 7개 과목 전체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2안을 제시한 뒤 최종 결정만을 앞두고 있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상황이다.

수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상대평가가 기반이 된 현재 우리나라 수능시험에서 1점의 차이가 갖는 의미가 너무나 중요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 경쟁에서 앞서가려고 오랜 시간동안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반복학습에 몰두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쟁체제를 기반으로 한 수능으로 인해 유발되는 사교육비 부담도 과도하다.

많은 사람들은 수능시험을 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수능시험의 결과가 사회적 계층의 차이를 고스란히 담아내 재생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수능 개편안 가운데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1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풍선효과를 우려한다.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국어와 수학과목에 대한 경쟁이 너무 치열해 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도 고교내신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 우려된다. 전체적인 대입 전형요소에서 일부분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상대평가가 남아있는 부분으로 경쟁이 집중되는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학교교육에서 경쟁을 없애는 것은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낮출 것이라 우려한다. 하지만 경쟁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비교육적인 선발 논리로 교육의 본연을 왜곡하고 어린 학생들을 학습 노동에 얽매이게 하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성실하고 순종적인 노동력을 필요로 했지만 미래 사회에는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에서 인류의 유산인 전통적 교과의 내용을 제대로 학습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잘 암기하고 정해진 답을 잘 찾는 것으로 우수한 인재라고 평가하는 방식은 구태의연하다. 거대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세상에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 디지털 사회에서 인류애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디지털 시민의식, 변화하는 세상에서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 정해진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인문적 소양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 교과목별 상대평가를 유지해서는 미래를 대비한 교육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뿐만 아니라 고교 내신 절대평가,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교육과정 개선 등 미래 교육을 위한 정책 설계가 종합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교원의 역할 재정립과 학교 시설 혁신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교육제도 사이의 정합성과 정책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교육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미래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교육 분야의 사회적 합의기구를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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