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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수교 25주년] 덩치와 힘 앞세운 ‘텃세대국’…한중 경제협력 역주행
中 관세·비관세 조치 가파른 증가세
양국 FTA는 허울뿐…자국기업 보호
규제로 시간벌며 자국기업 경쟁력 확보

사드 불똥으로 中시장서 고전하는 사이
이제는 中기업 한국시장 잠식 우려까지

“20년 후면 한국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중국이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다.”

재작년 타계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2007년 방한 당시 한국 사회에 던진 경고의 말이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17년,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점점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불량 짝퉁 제품을 양산하며 ‘카피캣’ 취급을 받던 중국 제조기업들이 하나 둘씩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하는 한편 노골적인 자국산업 보호주의, 유무형의 비관세 장벽 등 중국발(發) 텃세에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다. 수교 후 25년 동안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우리 산업계의 ‘리스크 지역’이 돼버린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허울 뿐인 FTA…中 일방적 자국 산업 보호에 멍드는 韓 기업
= 중국의 ‘텃세’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데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관세ㆍ비관세 조치는 1992∼1999년 343건, 2000∼2008년 814건, 2009∼2015년 1597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불명확한 기준으로 표준규격을 문제 삼거나 통관을 지연시키는 행위인 비관세장벽이 특히 문제다. 자국 규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수입을 막는 조치도 마찬가지다. 2015년 12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지만 각종 비관세 장벽에 막혀 자유무역 효과는 반감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에 대한 전세계 주요 비관세장벽 49건 가운데 중국발 비관세장벽이 절반이 넘는 26건(53.1%)에 달했다.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 한국 화장품 수입이나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갑자기 금지하는가 하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대표적 사례다.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인 중국에 수천억원씩을 투자해 공장을 지은 두 회사의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10~20%대에 그쳤다.

▶반한감정ㆍ애국마케팅…韓에 등 돌리는 중국 국민들= 외국 업체를 상대로 선별적 규제를 가하는 사이 자국 업체가 성장할 시간을 확보하는 건 중국 정부의 ‘단골 수법’이다. 하지만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는 또다른 차원이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다.

유통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내 롯데마트 99개 매장 중 74개 점포가 영업정지를 당했고 나머지 중 13개 점포는 자체 휴점 중이다. 특히 12개 점포는 반한 감정으로 인해 중국 소비자들이 발길을 끊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국 매출 95% 급감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마트는 아예 중국 사업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자동차 산업도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현대차의 중국 시장 내 판매량은 35만129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7% 감소했고, 기아차는 같은 기간 14만9672대를 팔아 54.1% 급락했다. 중국 진출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지금과 같은 기류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면 12조원대의 손실을 감수해야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건은 ‘기술 경쟁력 확보’=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드 문제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예상 경제손실은 총 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명목 GDP 대비 0.52%에 달한다. 명목 GDP 대비 0.01%의 손실(1.1조원)이 예상되는 중국과는 체감 피해 규모가 완전히 다르다.

게다가 이제는 중국 내 경쟁 환경 악화를 넘어 국내 시장 잠식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가전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며 국내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고,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국내 상륙도 시작됐다.

이는 두 나라 간 기술격차가 그만큼 좁혀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양국의 기술격차는 2015년 기준 3.3년으로, 2002년(4.7년)과 비교해 1.4년 좁혀졌다. 미래 먹거리 선점을 뜻하는 특허 출원수는 중국이 한국보다 2배 이상 많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로서는 대체하기 어려운 품질ㆍ기술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한편 동남아, 인도 등 신흥시장 비중을 늘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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