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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품도 하는 ‘전 성분 표시’ 생리대는 왜 아직?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태로 촉발된 생리대 공포가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성분 표시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고,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성분 공개 요구가 잇달았지만 현재 법 조항은 미비하다.

생리대는 치약, 마스크, 붕대, 반창고, 구강청결제, 콘택트렌즈 세척제, 살균제 등과 함께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외품에 대해서는 제품에 원료 성분을 기재하는 전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최근 논란이 된 릴리안 생리대 제품 광고 이미지. [사진=깨끗한나라 홈페이지 캡처]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에 제조사인 깨끗한나라가 공개한 릴리안 생리대의 전 성분 정보. [사진=깨끗한나라 홈페이지 캡처]

인체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화장품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전 성분 표시제를 적용받고 있고, 의료인의 처방이 필요해 오ㆍ남용 우려가 적은 의약품 역시 오는 12월 전성분 표시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와 같이 화장품이나 의약품에도 적용되는 전 성분 표시제를 외부 자극에 취약한 여성의 외음부에 직접 닿는 생리대에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지난 2014년 8월 미국의 여성환경건강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omen’s voices for the earth·WVE)’는 주요 기업의 생리대 제품을 조사해 제품에 발암물질과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끼치는 생식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공개, 피앤지와 클라크 케이블 사로부터 일부 생리대 제품에 전 성분 표시를 이끌어냈다.

국내에서는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5월 점유율이 높은 5개사의 시판중인 생리대 100여개의 성분 표시를 자체 조사해 공개하고 35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식약처에 제출하는 등 ‘전 성분 표시제’ 법제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이틀 앞두고 여성환경연대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회용 생리대 전(全)성분표시제 실시를 요구했다.

당시 조사결과 유한킴벌리만이 성분 공개가 ‘비교적 우수한 기업’으로 꼽혔고, LG유니참은 ‘개선이 필요한 기업’, P&G와 깨끗한나라, 웰크론 헬스케어는 ‘많은 개선이 필요한 기업’으로 분류됐다.

여성환경연대 측에 따르면 기업들이 생리대 성분 표기에 소극적인 이유는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에 전 성분을 표기하려면 포장지 생산라인을 바꾸는 등 추가비용이 드는데, 의무도 아닌 전 성분 표시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강주혜 식약처 대변인실 연구관은 지난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리대의 전 성분 표시제와 관련해 “일회용 생리대는 품목별로 포함된 물질 및 소재에 대해 독성자료 등을 통해 안전성 및 품질을 확인한 후 허가하므로 별도로 전 성분 표시를 하지 않으며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생리대 등 일부 의약외품에 대해 전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모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2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최근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논란과 관련해 생리대와 마스크에 전성분표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생활 안전 강화’가 적시돼있다”면서 “인체에 직접 적용되는 제품의 유해성 평가 및 안전 관리 강화를 새 정부 국정 과제로 추진할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식약처는 생리대에 어떤 물질이 방출되는지 전수조사해서 최대한 빨리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생리대의 모든 성분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앞서 지난 6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생리대와 같은 의약외품도 모든 성분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한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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