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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영 ‘품위녀’가 던진 메시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는 지난 18일 방송된 마지막 회 시청률이 무려 12%를 기록했다. 연기력 좋은 배우들과 김윤철 PD의 깔끔한 연출, 백미경 작가의 입체적인 대본, 이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결과다.

우아진을 연기한 김희선은 마지막까지 스토리 몰입을 이끌어나갔다. 상류층 생활을 경험한 후 홀로서기에 나서지만, 행복이란 뭔가를 알 수 있게 해준 캐릭터였다. 호텔 스위트룸에 머물 때에도 세탁물을 가져다 준 메이드 박복자(김선아)에게 감사 쪽지 남기는 ‘품위’를 지켰고, 돈이 만들어준 물질적 혜택을 벗어나서도 당당하고 행복해질 수 있었다.


우아진의 마지막 내레이션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누구나 가지질 못한 걸 욕망한다. 하지만 행복은 그 욕망을 비울 때 오히려 내 삶을 더욱 빛나게 채워준다”는 평범한 명언이 가슴에 와닿았다.

김선아는 박복자 캐릭터를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해석하는 데 있어 거의 동물적이고 천재적인 감각을 발휘했다. 우아진처럼 품위있고, 우아해지기 위해 안태동 회장(김용건)에게 접근해 회장 사모라는 욕망과 목표를 이뤘지만, 결국 파국을 맞게되는 박복자를 기가 막히게 연기했다. 자칫 ‘악녀’로만 비칠 수 있던 인물을 공감할 수 있게 하며 극에 더욱 몰입케했다.

이 드라마는 두가지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극을 진행시켜나갔다. 하나는 박복자(김선아)를 죽인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강남 부자들이 먹으려고 난리가 난 풍숙정 총각 김치 맛의 비결로 꼽히는 첨가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둘 다 끝까지 극을 보는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해냈다. 이를 통해 극을 보는 재미를 유지시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강남 부자들의 위선적인 삶, 불륜과 치정과 욕망 덩어리의 실체를 까발리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박복자 살인범은 자신의 엄마가 박복자에게 수시로 당하는 걸 봤던 안태동 회장(김용건)의 큰 손자인 안운규로 밝혀졌고, 감옥에 간 이는 운규의 아버지인 안재구였다.

풍숙정 총각 김치는 일반 김치보다 훨씬 더 비싸지만 상류층 사람들이 주문해놓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도대체 그안에 뭘 넣었기에 그리 맛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잔뜩 부불리며 계속 비밀로 남겨놨다.

마지막회에 밝혀진 풍숙정 김치맛의 비밀은 충격적이게도 조미료였다. 뭐 대단한 게 들어가 있을 줄 알았지만 그 흔한 조미료라는 사실 자체가 반전이었다.

마지막회에 청부 폭력에 나섰던 조선족 불량배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국밥과 형사가 준 그 김치를 먹으면서 맛있냐고 묻자 인상을 찡그리며 “조미료 범벅이 뭐가 맛있습네까”라고 말했다.

이는 부자들의 위선과 허세, 그리고 그 속물성을 여지없이 뭉개버리는 통쾌한 사이다성 대사였다. 미각 하나도 상류층보다 불량배가 훨씬 더 나았다. 풍숙정 주인은 그렇게 번 돈으로 빌딩을 매입했다.

극중 브런치 모임이라는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보여준 상류층들이 폼 잡고 겉으로는 그럴듯한 것 같지만 알고보면 별거 없고, 부러워 할 것 없다는 사실을 총각김치를 통해서도 잘 보여주었다.

‘품위있는 그녀’는 불륜과 위선, 기만으로 점철된 상류층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이로써 욕망과 행복에 관해 질문을 던자며 품격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였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하지만 그 햇살을 상큼하게 받으려면 가지지 못한 걸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욕망하는 그 마음을 거두고 하루하루 노력하면서 희망을 가지는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강조했다. 그래야 매일 새로운 태양을 맞을 수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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