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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연기 김세정, 학교 2017 ‘하드캐리’‘반올림’ 고아라의 풋풋함 떠올리다
KBS2 월화드라마 ‘학교 2017’의 김세정은 연기 경험이 없는 것에 비하면 합격점을 줄만하다. 적어도 1인분은 확실히 해내고 있다. 처음 연기하는 데도 연기가 어색하지는 않다.

그런데 1인분만 내놓으면 되는데, 김세정(라은호 역)은 현태운(김정현) 송대휘(장동윤) 두 남자 배우와 사사건건 엮여 분량이 무려 3~4인분 정도나 되는 메인 여자 주인공이다. 


여기에는 서브 여자주인공이 없다. 극중 김세정과 가장 친하게 다니는 친구는 비중이 약한 편이며 스토리도 별로 없다.

이쯤되면 김세정이 하드캐리를 해야 빛이 나는 드라마다. 김세정에게 능수능란한 연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김세정이 맡은 분량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상황마다 연기 디테일을 보여줄만한 세기(細技)를 갖춰야 한다.

18살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학교 2017’에는 멜로가 있다. 김정현은 김세정이 뒷머리를 올리면 목을 보고 설렌다. ‘비트’의 정우성이 연상되는 ‘고독한 반항아’ 김정현은 김세정만 보면 나사 빠진 애처럼 실실거린다. 그는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입을 맞출 듯 가까워진다.

하지만 본격 연애는 아니니까 김세정은 공식 여친이 있는 송대휘(장동윤)와 팥빙수를 먹으러 가겠다고 한다.

드라마는 아직 미성년자이자 고교생들의 이야기라 우정이냐, 애정이냐, 어장관리냐, 남친자극제냐를 거의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풋풋함과 청춘을 더 부각시켰어야 했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의 최대 장점은 풋풋함이다. 학교생활이나 멜로 공히 그렇다.

‘반올림’에서 고아라는 풋풋함 하나로 이미지 명줄을 10년 정도 늘렸다. 만약 고아라가 자기 감정에 솔직한 옥림이 캐릭터를 못만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학교 2017’는 그보다 현실적으로 힘들고 어두운 학교생활을 중시한다. 학생들끼리 서로 감시하는 학벌점제, 힘있는 엄마가 좌지우지하는, 그래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바뀌기도 하는 학폭위, 불신을 조장하는 교장과 이사장에게 한 방 먹이는 미스터리 인물 ‘X 찾기’ 등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또 1년전 현태운이 송대휘와 함께 삼총사였던 준기가 버스 사고로 사망한 트라우마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당시에 머울러 있는 상황도 비중있게 다뤘다.

이런 모습은 고등학교에서 엄존할만한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히 다룰 수 있다. 부모와 자식, 교사, 교장과 학생, 학생간의 불통 문제는 리얼리티는 있지만 드라마를 무겁게 한다.

김세정이 송대휘가 교무실에 들어가 시험지를 훔친 걸 두고 징계를 감수하고 자신이 했다고 말하는 의리의 거짓말, 그러면서 ‘거짓말에는 더 큰 진실이 담겨있기도 하다’는 대사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런데 김세정이 이런 스토리를 무려 3~4인분의 분량으로 끌고가려니 힘이 부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세정의 연기 출발은 나쁘지 않다. 학교 생활의 밝음과 어두움, 양 면중에서 밝은 쪽이 현재 김세정의 강점을 더 잘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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