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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소통하는 정부’는 반가우나 ‘보여주기’식은 곤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가졌다. 이번 보고회는 취임 100일을 맞아 그 동안 국정 운영 성과를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린다는 게 기본 취지다. 국민이 묻고 대통령과 정부가 답하는 토크쇼 형식의 진행 방식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양질의 일자리’와 ‘아이낳고 싶은 나라’에 대한 내용의 국민 질문에 직접 답했다. 관계부처 장관들도 자살예방과 해외 안전 지킴이센터 설치 등의 국민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평소 소통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잘 느껴지는 행사였다.

이번 행사의 의도와 역대 정권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 형식은 신선했으나 내용면에선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해외안전과 자살예방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국가적 현안이 되고 있는 북한 핵과 미사일, 살충제 계란 파동, 탈원전 문제 등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 생각이 국민들 입장에선 더 궁금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사문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많은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휴일 황금시간대에 거론하기가 부담스럽기는 했을 것이다. 만에 하나 그렇게 생각했다면 ‘있는 그대로’ 알리겠다는 행사 취지와 배치되는 일이다.

청와대측은 국민정책 제안 플랫폼인 ‘광화문 1번가’ 운영기간이 7월 12일까지여서 이후 이슈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책 제안과 관련된 행사라 현안을 다루지 못한 점이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의지만 있다면 정부 생각을 밝힐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소통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도 들지 않을 수 없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는 마치 한 편의 잘 짜인 이벤트 프로그램을 보는 듯했다. 진행자는 “어디서 질문이 나올지 모른다”고 했지만 질문자는 이미 각본에 따라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이러니 야당 일각에서 ‘소통’이 아니라, ‘쇼통’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국민들이 보고싶은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이다.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탈 권위적 행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유념해야 할 것은 그게 보여주기식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한데 이번 보고회 전반에 보여주기의 그림자가 얼핏얼핏 비친다.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 정권 홍보가 되면 차라리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소통을 위한 소통이 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모든 현안을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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