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먹거리 포비아’ 확산] 믿었던 ‘친환경 인증의 배신’…그 배후엔 ‘농피아’ 검은 유착
살충제계란 발견 친환경농장
농관원 퇴직자 상당수 재취업
적폐가 부른 ‘人災’ 청산 시급

국민들의 먹거리 공포를 확산시킨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가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친환경인증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대거 검출됐기 때문이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찍힌 소비자들은 이런 행태가 과연 계란에서만 벌어졌겠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환경인증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출신들이 민간기업에 재취업해 인증사업을 수행하면서 친환경인증 자체가 부실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적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친환경인증의 총체적 부실엔 이른바 ‘농피아(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마피아)’라는 기득권 세력의 검은 거래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먹거리 불안을 해소하려면 이러한 적폐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49곳에서 시중에 유통할 수 없는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고, 이 가운데 63%인 31개 농장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였다. 일반 농가 18곳보다 친환경 농가에서 ‘부적합 판정’ 계란이 많이 나온 것이다. 조사대상 친환경인증 농장 683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친환경인증의 신뢰도도 무너졌다.

경북지역 친환경농장 2곳에서는 1979년부터 국내 시판이 금지된 ‘DDT’가 검출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과거 살충제로 많이 사용되던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는 인체에 흡수될 경우 암과 경련 등 이상증세를 일으키는 맹독성 물질이다. 분해가 잘되지 않고 체내 흡수 후 잔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최대 24년에 달해 세계적으로도 사용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계란 잔류농약 검사 항목에는 피프로닐 등 27종만 포함돼 있고, DDT는 빠져 있었다. 식약처는 DDT가 워낙 오래 전에 사용 금지된 성분이어서 검사 항목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지만,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실태를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친환경농장의 계란에서 농약 성분이 대거 검출되면서 친환경 인증제도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는 1999년 처음 도입돼 2002년부터 민간기업이 인증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64개 민간업체가 실무를 담당하고 농관원은 사후관리만 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64개 민간 인증기업 가운데 13%의 기업에 농관원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친환경농장 중 상당수가 농관원 출신들이 퇴직 후 재취업한 민간업체로부터 인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관원 출신들이 포진한 민간 인증업체와 농관원 등 정부기관의 ‘검은 유착’이 이번 사태를 키웠던 셈이다.

정부는 64개 민간 인증기관을 통폐합하는 방안과 농가가 인증기관을 임의로 선정할 수 없게 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문제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다시 점검하겠다”며 “친환경 인증기관의 책임과 인증기관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친환경 축산기준도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서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osky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