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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장이 건설사 아들 무혐의 종용” 임은정 검사 폭로…여전히 썩은내 진동하는 검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검사들 중 유일하게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북부지검의 임은정 검사(43)가 ‘Y검사장이 건설사 아들 무혐의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임 검사는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가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이후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내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2년9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


임은정 검사 [사진=페이스북 캡처]

정권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소신 발언’을 이어온 임 검사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2월, 2016년 1월 정기인사에서 거듭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 첫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부부장검사로 승진했다.

임 부부장 검사는 지난 17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또 한 번 폭로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지난 4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내부통신망에 ‘국정농단 조력자인 우리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며’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번 폭로글 제목은 ‘새로운 시작-감찰의, 검찰의 바로섬을 촉구하며’이었다. 이 글에서 그는 ‘경찰 수사지휘를 하는 당번 근무일에 건설사 아들 P씨의 음주 및 무면허운전 관련 지휘 건의가 경찰에서 들어오면 보고해달라’는 Y 검사장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경찰은 그날 P씨와 관련해 음주 무면허 전과 10범이며, 추가 위법행위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 지휘 건의를 냈다.

임 검사는 당시에 대해 “(수사) 기록을 보니 지금까지 구속은 커녕 벌금만 낸 게 너무 의아한 사람이었다”며 “음주 삼진아웃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지금껏 벌금만 낸 이유가 검사장이 보고 지시를 한 배경과 같겠구나 짐작했다”고 썼다.

지역 건설사 대표 아들인 P씨는 검찰과 업무 협력을 하는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 중이었다고 한다.

Y검사장은 임 검사에게 P씨를 무혐의 처분하라고 종용했다고 한다. P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P씨가 주차한다며 운전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었다고 임 검사는 회고했다.

그러나 Y검사장은 당시 “운전자에게 ‘주차의 의사’가 있을 뿐 ‘운전의 고의’가 없다”는 황당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무혐의 처분을 종용했다고 한다.

임 검사는 결국 Y검사장이 다른 검찰청으로 옮겨갈 때까지 두 달여를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임 검사는 두 달여간 경찰을 상대로 불필요한 수사 지휘를 하면서 시간을 벌었다고 한다.

이어 임 검사는 “제가 얼마나 귀한 경찰력을 쓸데없이 낭비케 한 것인가 싶어 그 일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 임 검사는 최근 논란이 됐던 ‘제주지검 압수수색 영장 회수 사건’에 대해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즐비했다며 반성없는 검찰 내부 분위기를 폭로했다.

제주 사건처럼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에 전직 검사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영장을 몰래 빼내와 불구속 기소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임 검사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가 유야무야된 제주 사건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임 검사는 “제주지검 간부들의 일련의 대처, 감찰 요청한지 두 달이 넘었음에도 결론 없는 대검 감찰의 묵묵부답, 그리고 그런 일이 마치 없었던 듯 한 중간간부 인사를 보며 과연 검찰이 스스로 고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가 들어 서글프다 못해 참담하다”고 적었다.

임 검사는 폭로 직후인 19일 추가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주지검 일은 검사가 실명으로 상급자의 감찰을 요청한 첫 사례”라며 “이 사건에 대한 엄정한 처리는 향후 검찰 정화 가능성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맥락에서) 새로이 꾸려진 대검 감찰 등 감찰 인력들에 주의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북부지검 부임 첫날 내부게시판에 글 하나를 올린 것”이라며 “검찰이 치외법권인듯, 무법지대인 듯 브레이크 없는 상급자들의 지휘권 남용, 일탈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으면 간부들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체 하실 듯하여, 부득이 오래된 기억 하나를 꺼내 풀어놓았다”고 설명했다.

임 검사는 “그때는 상급자의 황당한 지시를 따르지 아니하고 2달간 수사지휘로 버틴게 흐뭇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제가 그 귀한 경찰 인력을 얼마나 낭비케 한 것인가를 깨닫고 너무 부끄럽더라구요. 너무도 뼈아픈 기억으로 마음에 깊이 남아있습니다”라며 회고했다.

그는 “그 사건 경찰관님께, 경찰관님이 그 수사지휘를 처리하느라 수사 순서가 밀려버려 수사 지연의 피해를 입은 경찰관님 담당 사건의 관계자분들께, 그리고 세금을 낭비케 하였으니 국민들에게, 저는 참 많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저는 참 못난 검사입니다. 제 비겁함과 주저함을 사죄드립니다”라며 재차 사과했다.

이어 “내부게시판에 쓴 글 일부가 외부에 알려진 이번 기회를 빌어, 언젠가 꼭 털어놓고 경찰관님 등 많은 분들에게 늘 하고팠던 제 마음을 전한다”며 “그런 부끄러운 기억들이 상급자들과의 부딪침에 주저하는 저에게 채찍이 되더라”고 썼다.

임 검사는 마지막으로 “부부장(검사)은 중간관리자이니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충고를 좀 듣습니다만, 총장부터 초임검사까지 대한민국 검사라는 점에서 동일하지요”라며 “대한민국 검사.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했다.

임 검사의 폭로 관련 기사와 페이스북 글을 읽은 국민들 다수는 ‘검찰 조직 내 하고 많은 검사들 중에서 어떻게 아직까지 양심적인 검사는 임은정 검사 한 명 외에는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느냐’며 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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