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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 살균제’ 롯데마트ㆍ홈플러스 관계자들 항소심서 감형
-재판부, “비극적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엄한 처벌 필요”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기소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전현직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이들은 유해성분이 포함된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를 본 따서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만들고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판결 선고 직후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상주)는 17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원회(62)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 매입본부장과 이모 법규기술 팀장에게 징역 5년을 내린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홈플러스 주식회사가 가습기청정제의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도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며 거짓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법위반)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봤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주식회사에게 원심과 같이 1억 5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를 본따 독성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함유된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판 노병용(66) 전 롯데마트 영업본부장도 원심보다 가벼운 2년 6개월의 금고형에 처해졌다. 금고형을 받게 되면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은 하지 않는다.

해당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용마산업사 대표 김종군(51) 씨도 금고 4년을 내린 원심보다 가벼운 금고 3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살균제를 팔았고 후에도 안전성 확보조치를 취하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요구대로 제품을 제조해 납품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김 씨 등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전현직 관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홈플러스 법인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원심과 같이 유죄로 결론내렸다. 다만 김 씨 등에게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상습사기 혐의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중 누구라도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확인했더라면 비극적인 결과를 막을 수 있었다”며 “회사의 임직원으로서 결과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고 비극적인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ㆍ판매할 당시 관계법령에는 해당 원료물질이 유해물질로 등록돼있지 않았고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의 유해성도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원료물질이 심각한 유해물질이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피해자들은 ‘봐주기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최재홍 변호사는 판결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지난번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의 판결과 동일하게 1년 씩 감형한 봐주기 판결”이라며 “고소고발을 2차로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도 “구형량 그대로 선고해도 모자랄 판에 감형이라뇨”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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