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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 코리아의 그늘②] 명동 한 골목에 화장품가게만 20곳…“쇼핑 말고는 할 게 없어요”
- 같은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만 7~8곳
- “대놓고 돈만 쓰라는 것” 비판↑
- 2030 관광객 탈(脫) 명동 움직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명동은 딱 한번 오면 더 볼게 없다.”

명동 CGV 영화관 앞에서 만난 중국인 장훼이(32ㆍ여)씨가 비닐봉지에 담긴 립스틱 2개를 꺼내며 말했다. 그는 “화장품 가게가 많으니 사게 된 것이지 인터넷을 통해서도 살 수 있는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사고 싶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오후 찾은 명동은 화장품 프랜차이즈의 집합소였다. 

한 골목에만 화장품 가게가 20곳 넘게 포진했고, 골목을 돌면 방금 본 브랜드 가게가 다시 나타났다. 같은 화장품 프랜차이즈가 골목마다 등장했다. 

명동을 찾은 관광객들이 화장품 가게 앞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명동 내에만 지점이 7~8개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각 지점마다 다른 상품을 팔거나 다른 컨셉을 갖고 있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진 않다”고 답했다.

골목마다 똑같은 화장품 가게가 등장하는 것은 화장품을 사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도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산둥성에서 온 리베이나(26ㆍ여)씨는 “명동역 입구에서 본 한 화장품 가게를 벌써 5번째 봤다”며 “화장품 쇼핑은 한 두 골목에서만 해도 되는데 명동 전체가 화장품 가게인 것은 과하다”고 꼬집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홍콩에서 온 왕화(31ㆍ여)씨는 쇼핑하기 위해서라도 명동은 다시 찾지 않겠다고 말했다. 쇼핑할 곳이 한 곳에 모여있어서 편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냄새 나고 사람 많아서 불편했다”며 “싼 가격에 쇼핑하기 좋다고는 하지만 음식은 더 비싼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관광객들 사이에선 명동은 대놓고 쇼핑만 하라는 곳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년 만에 다시 명동을 찾았다는 미국인 스티브(42)씨는 “그때는 신기한 옷가게도 많았고 젊은 한국 학생들도 볼 수 있어서 한국의 에너지가 느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쇼핑하는 중국인만 구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작 한국인들은 명동을 찾지 않으면서 외국인들만 많은 게 부자연스럽지 않느냐”며 “쇼핑 말고 길거리 공연이나 다양한 볼거리가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옷가게와 화장품 가게로 가득찬 명동 골목을 여행가방을 든 관광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백만성 한국관광공사 홍보실 차장은 “명동을 찾은 관광객들의 본래 주 목적이 쇼핑이기 때문에 쇼핑을 많이 하는 것”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행 중 좋았던 관광지로 명동이 최근 5년간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방한외래관광객 실태조사 심층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방문한 중국 관광객의 주된 방한 목적은 ‘휴가’ (66.1%)였다. 쇼핑(18.4%)은 그 다음이었다. 물론 휴가차 왔더라도 한국에서 한 주된 활동은 쇼핑(88.9%)이 차지했다. 식도락관광과 (64.2%), 자연경관감상 (31.1%)이 그 뒤를 이었다.

쇼핑이 아닌 한국 문화를 체험하거나 다양한 놀거리를 경험하고 싶은 외국인들은 ‘탈명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 중국인들 사이에선 서울 가로수길, 신촌, 연남동, 대학로 등 국내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를 찾는 게 새로운 관광코스로 자리잡았다. 중국 허난성에서 온 리무즈(28)씨는 “명동은 쇼핑 말고는 할 게 없지만 한국 젊은 친구들이 실제로 노는 곳을 가면 볼거리가 풍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는 관광객들이 쇼핑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희 한국방문위원회 홍보팀장은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더라도 코리아그랜드 세일, 코리아투어카드 등을 통해 공연, 전시, 관광지 방문 등 문화체험과 연계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면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지방이동 편의상품 등을 개발하고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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