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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 코리아의 그늘①] “중국요리 '유린기'가 'abuse machine'?”…엉터리 영어 메뉴에 관광객 ‘황당’
-표준화되지 않은 영어 메뉴에 관광객 ‘혼란’
-표준화 사업에 나선 정부…홍보 부족에 ‘난항’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영국에서 관광 온 직장인 존 라이트캡(29) 씨는 얼마전 명동의 한 중식당을 방문했다 황당한 메뉴를 목격했다. 대부분의 경우 영어 표기법이 틀려도 대충 이해가 갔지만 ‘abuse machine’이라는 메뉴는 아무리 뜯어봐도 무슨 음식인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라이트캡 씨는 “‘abuse machine’이라고 하면 ‘고문하는 기계’를 뜻하는데 메뉴 번역이 이상하게 되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며 “그 메뉴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식당 측은 중식 요리인 ‘유린기’를 번역하려고 했으나 단어를 그대로 번역해 쓴 것이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제공하는 관광용어 외국어 용례 사전에 따르면 유린기는 영어로 ‘fried chicken in hot and sour soy sauce’로 표기돼야 한다. 

정부가 영어 메뉴 표준화 사업에 나선지 1년이 나섰지만 엉터리 영어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명동의 한 중식당의 메뉴판에 유린기가 ‘abuse machine’으로 번역돼 있다. [사진=독자 제공]

연 160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정부가 외국어 메뉴 표준화 사업에 나선지 1년이 나섰지만 말도 안되는 엉터리 외국어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 명동의 식당 여러곳을 살펴본 결과 엉터리 영어로 메뉴를 표기한 식당이 다수 발견됐다. 표준화된 표기법으로 적지 않고 개별적으로 번역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떡볶이의 경우, ‘Tteok-bokki로 표기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Dokboki’로 적혀 있었고 숯불고기는 ‘charcoal-grilled beef loin’로 표기돼야 하지만 ‘charcoal broiled’로 표기돼 ‘숯불에 구운’이라는 형용사로 쓰다 만 경우도 있었다. 산낙지의 경우 ‘live octopus’로 표기돼야 옳지만 ‘live long arm octopus’라고 표기한 식당도 있었다.

지난 2015년 한국관광공사가 서울ㆍ경기 지역 274개 한식당을 대상으로 외국어 메뉴판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음식점 3곳 중 1곳꼴로 외국어 표기가 잘못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에서 쓰이는 메뉴판 번역은 간판ㆍ광고업체(41.8%)나 프랜차이즈 본사(27.5%) 등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문체부, 농림축산식품부, 한식재단 등은 협의체를 구성해 한식메뉴 외국어 표기법 표준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300여개의 한식 메뉴가 표준화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관광용어 외국어 용례사전’을 통해 표준화된 표기법을 제공있지만 정작 홍보 부족으로 용례 사전이 잘 쓰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의체 관계자는 “각각의 기관별로 홍보를 진행하고 있지만 외부 홍보는 특별히 없는 상황”이라며 “통합적인 연계와 홍보가 가능하도록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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