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울·강남 집값·공급‘관계의 딜레마’
정부 “공급 충분” 전문가 “부족”
보급률 올라도 질적 문제 돌출

“더 지어도 건설사·부자만 수혜”
주택시장은 ‘밑빠진 독’ 시각도


“주택 모자란다. 가격 잡으려면 더 지어야” “공급은 충분하다. 지어봐야 투기꾼 배만 불려”

서울 집값 급등 해법을 둘러싼 논란이다. 역대 최고강도의 규제의 성패 가능성에 평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이 풍부한 시중 유동자금과 저금리가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만, 유독 공급 문제에 있어서는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다. 서울, 특히 강남에 주택공급을 늘리면 건설사들과 부자들만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급률 96%” vs. “살만한 집 부족”=정부는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꾸준히 상승해 96%에 이른다는 것이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오피스텔, 상가, 기숙사 등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예정된 공급 물량도 예년에 비해 많다. 서울의 올해 공동주택 분양물량은 6만1000호로 지난 5년 평균의 3만8000호보다 많고, 입주물량도 7만5000호로 5년 평균(7만2000호)보다 많다.


시장은 정부의 통계가 정확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주택보급률을 계산할 때 외국인가구 등을 반영하지 않아 수치가 과장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계절적 수요 변동 등을 감안하면 보급률이 110%는 돼야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주택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은 압축성장으로 인해 국민소득 3300달러(1987년)도 되지 않던 시절의 눈높이에서 지어진 집과 2만7000달러(2016년)의 눈높이에서 지어진 집이 공존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30년 이상 노후 주택은 전체의 31.6%에 이른다. 이를 모두 같은 주택으로 놓고 주택 재고가 충분하다 말할 수 없다는 논리다.

▶“지어봐야 부자들 배만 불려”=공급 부족론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주택 시장이 일반적인 수요-공급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특히 강남 수요에는 한정이 없다”며 “공급을 늘려도 집값은 잡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보유세 인상 등 다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급을 늘려도 실수요자 보호나 집값 안정 효과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1970년대에서 현재까지 서울 주택보급률이 30%포인트 가까이 올랐는데, 자가보유율은 고작 4%포인트 올랐다”며 “집을 늘려도 가진 사람들이 다 가져간 결과”라고 풀이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1980년대 후반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서 200만호를 지었는데, 그런 후에도 2년 동안 집값이 계속 오르다가 입주 시점과 경기 하강이 맞물리면서 하락이 나타났다”며 “주택 공급이 현재의 집값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만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등은 “공급을 늘리면 심리적 효과 등을 비롯한 시장 안정이 나타난다”며 “집값 안정이 불가능해 보인다 해서 공급을 포기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