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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잘한 아리아나 그란데가 한국에서 놓친 것
-가수는 노래를 허공에 부르는 게 아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아리아나 그란데가 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5 아리아나 그란데’ 공연을 열었다.

공연 내용은 음향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합격점을 줄만했다. ‘Problem’과 ‘Break free’ ‘Bang Bang’ ‘Dangerous woman’ 등 모두 24곡을 불렀는데, 탁월한 보컬과 퍼포먼스 역량은 칭찬해줄만했다. 


고음에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폭발적인 음역대를 보여주면서도 리드미컬하고 파워풀한 음색은 그녀의 무기다. 특히 지르는 부분과 속삭이는 부분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역량도 대단했다.

키 153cm의 아담한 요정, 포니테일이 잘 어울리는 아리아나 그란데가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에서 우아함과 관능적인 분위기가 잘 묻어나왔다. 머라이어 캐리를 잇는 차세대 팝의 디바로 손색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한국공연은 무성의한 면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가수가 무대에 서는 이유는 관객과 소통하기 위함이다. 자신의 노래를 허공에 부르는 게 아니다.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을 가지면서도 한국관객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

아리아나는 공연시작 3시간전인 오후 5시가 되서야 전용기를 타고 입국했다. 공항에서 사진기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찍히지 않겠다고 한 것도 늦은 입국의 이유로 보인다.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르는 것은 완벽을 기해야 하는 아티스트의 자존심을 뭉개는 행위이자 한국관객에 대한 모독이다. 


주최측은 “유명 아티스트의 월드투어는 레퍼토리가 비슷한 공연이라 리허설은 안하는 경우도 있다. 음향을 체크하고 무대에 올라왔다”고 밝혔지만, 일본 공연에서 리허설을 꼼꼼하게 체크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로 인해 ‘65만원’ VIP 혜택 중 하나였던 공연 리허설 관람이 취소돼 빈축을 샀다. 심지어 아리아나는 공연 전 인스타그램에 화장실 거울을 보고 노래 연습을 하는 영상을 올려 “리허설을 화장실에서 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아리아나는 공연후 자정쯤에 출국했다. 공연시간을 포함해 고작 7시간 서울에 머문 것이다. 공연은 8시 17분에 시작해 9시52분에 끝났다. 1시간35분만에 공연을 마쳐야 했기에 공연은 급행열차를 탄 듯했다. 중간에 “서울은 아름답네요”, “공연 와줘서 정말 감사해요” “즐거운 공연 보고 계신가요? 아직 더 남았어요”라는 말도 재빨리 했지만, 24곡을 달리듯이 열창했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한국 관객에 남긴 배려는 공연 말미에 ‘Over the Rainbow‘를 부르면서 스크린에 리본을 띄워 위로 메시지와 잔잔한 감동을 전한 정도였다.

영국 맨체스터 공연 테러로 인해 세심한 검문검색 절차는 이해해줄 수 있어도 한국관객에게 보여준 빈약한 소통력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그녀는 한국팬에게는 7시간 머물며 당일치기 외국공연을 한 기록을 세운 아티스트로 기록됐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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